[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금융당국 수장들이 3일 대내외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올해에도 금융시장에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경계태세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앞으로의 금융정책 운용은 물론, 금융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금융당국 및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업권별 협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우리 금융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북한 미사일 발사와 같은 시장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위기대응능력이 개선된 결과"라며 금융권 전체의 노력을 치하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금융권에 대한 뼈아픈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금융은 고용창출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국내 금융산업의 비중은 여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금융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장관은 "국내 금융산업이 담보대출, 예대마진 확대 등 손쉽게 이익을 추구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의 회복을 위해 금융기관의 역할인 금융중개기능에 집중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며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일정 조건 이상 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최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연준의 정책을 "중앙은행의 대변신"이라며 통화정책의 목표를 기존처럼 물가상승률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맞출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김 총재는 "명목 GDP는 실질 GDP와 물가상승률을 합친 것으로 이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이 물가(안정) 대신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새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방안에 관해 이견을 나타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두 수장은 이날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서도 새로운 균형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두에 서서 시장을 이끄는 것이 아닌 뒤에서 밀어주는 '정부 지원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현재 금융권 과제로 꼽히는 가계부채, 하우스푸어 문제 등이 해결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권 원장은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문제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금융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인 여러분 간의 활발한 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 공약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권 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한 가계대출 채권 매입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재정 투입 반대 등 방법상에 있어선 이견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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