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수렁에 빠진 자문형랩 시장 판매 채널 다양화로 넘는다"···상생 통한 경제민주화, 새 기회로
올 한해 투자자문사들은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증시가 침체되면서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어려웠지만 특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자문사들은 생존의 위협까지 느꼈던 한 해였습니다. 올해 상반기(3월~9월) 기준 149개 투자자문사 중 70%인 104개사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전체 투자자문사 기준으로는 총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투자자문사들의 몰락은 자문형랩의 인기가 시든 것이 한몫 했습니다. 자문형랩이 한 때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한 해에도 수십개씩 자문사가 생겨났지만 치열해진 경쟁상황과 달리 자문형랩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자문형랩 열풍은 사실 투자자문사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증권사의 마케팅적인 필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직접 고객을 상대하지 않고 단순 포트폴리오 자문만을 했던 투자자문사들은 자문형랩의 열기가 식어버리자 고객을 설득할 시간을 갖지도 못한 채 존폐기로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도 고객들이 시간을 기다려줄 만큼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항상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는 없기 때문에 투자자문사들은 각자 차별화된 운용철학과 투자전략을 갖고 고객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투자자문사의 대표이사나 CIO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고 살아남은 펀드매니저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충분히 희망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탁월한 운용능력에 비해 투자자문사들의 관리능력과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자문형랩의 열풍도 운용에는 자신이 있지만 판매할 방법을 찾지 못한 자문사의 한계에 기인한 것으로 자문사의 판매채널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증권사나 은행채널을 적극 활용하거나, 투자자문업계의 오랜 숙원사항인 사모펀드 허용을 비롯해서 주도적으로 고객을 발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법적 장치 마련이 요구됩니다.
18대 대통령에 취임 예정인 박근혜 당선자는 5년 임기 내에 종합주가지수 3000선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가장 기본 단위인 투자자문사들의 활발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생을 통한 경제민주화'가 자본시장의 중소기업이자 벤처기업인 투자자문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김민국 투자자문사협의회 사무총장/VIP투자자문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