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EU·수급 등 삼재 겹쳐 6일만에 140만원대로 '털썩'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4% 이상 하락하며 150만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뱅가드발 악재, EU발 악재 등 다양한 이슈가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고 내년 실적 전망도 밝은 만큼 하락추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1일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4.06% 하락한 144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상최고가를 돌파하며 150만원대로 올라선 지난 13일 이후 6거래일 만에 다시 140만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전일 221조원이었던 시가총액도 212조원대로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이날 하루만 1145억원(7만8000여주)어치나 팔았다. 수량으로는 지난달 16일 이후 최대고,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 10월26일 이후 최대 규모다.
뱅가드발 자금이탈 우려, EU발 악재 등 수급 관련 이슈가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주요 인덱스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를 MSCI에서 FTSE로 변경하는 것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대 9조원 가량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이 유출에 삼성전자 물량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15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던 만큼 이에 대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호아킨 알무니아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20일 "삼성전자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는 내부 조사절차의 막바지까지 와 있다"고 언급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화로 인한 수급 우려, EU의 반독점법 위반여부 조사 등이 악재로 작용했고, 미국 재정절벽 관련 이슈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급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가가 펀더멘탈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하락세로 돌아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보통신 부문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반도체 부문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등 내년 실적 전망도 밝은 상황"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번 하락이 뱅가드발 악재 등에 대한 우려가 아닌 외국인의 단순 차익실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EU나 뱅가드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130만원대에서 주가를 기습적으로 끌어올린 후 160만원대로 쉽게 올라가기 어려워 보이니까 일부 차익실현 물량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이 탄탄하고, 재정절벽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지속됐던 만큼 과도한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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