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애비뉴 캐피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래스리만큼 버락 오마마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있을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만 제외하면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월스트리트의 인물이다.
프랑스ㆍ영국 주재 미국 대사로 물망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래스리는 월스트리트와 오바마 대통령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끈이다. 그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재정절벽 협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정도다.
그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모임을 가진 월스트리트의 인사들 모두 세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면서 "공화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실패할 경우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래스리는 지난 11월 미 대선에서 상당수 헤지펀드 매니저가 과거와 달리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지지한 것에 충격 받았다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민주당에 기부해온 골수 지지자 래스리로서는 다른 매니저들의 변심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미 정가 및 재계에 가장 큰 이슈인 재정절벽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래스리는 자기가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25%를 현금으로 갖고 있다. 이는 일반 수준의 두 배다.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으로 몰아칠 엄청난 후폭풍에 대비한 것이다. 그는 "재정절벽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시장은 공황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래스리는 경제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 미 경제성장률을 3%까지 전망할 정도다. 시장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 2%보다 50%나 높게 성장을 기대하는 셈이다.
래스리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고객들은 수익률 8%를 요구한다. 미 재무부 채권 투자 수익률이 1~2%인 데 비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레버리지를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금은 사라진 베어스턴스나 리먼 브라더스처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애비뉴 캐피털의 자산은 200억달러(약 21조4800억원)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으로 연간 8%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래스리는 부실채권 투자와 사모펀드 투자로 해마다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12%를 기록했다.
비결은 유럽이다. 위기에 처한 유럽 은행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던진 자산과 채권 매입으로 큰 돈을 번 것이다.
래스리는 7세 나던 해 부모 손에 이끌려 모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있는 클라크 대학 졸업 후 뉴욕 로스쿨을 거쳐 투자업계로 뛰어들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부실채권 투자에 뛰어든 그는 1989년 암록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어 1995년 소냐 가드너와 함께 애비뉴 캐피털을 설립했다. 애비뉴 캐피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가 근무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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