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해 12월, 유로존은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갈라설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했다. 당시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의 국채 수익률은 치솟았고, 새롭게 선출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정책 결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유로존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만큼 1년 전 유로존 붕괴론을 주장했던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 잘못돼다며 “유로존은 부채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임스는 미국의 헤지펀드 거물 존 폴슨을 엇나간 경제 전망을 내놓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다. 폴슨은 당시 미국 붕괴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그의 유로존 구조 결함에 대한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유로존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독일 출신 정책위원인 외르크 아스무센은 최근 프랑크프루트에서 한 연설에서 유로존 붕괴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12월 샤론 보울 유럽의회의 샤론 보울 경제금융위원장은 “유로존이 크리스마스까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르무센은 이날 유럽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영국 언론들의 전망을 언급하기도 했다.
타임스는 이같은 아르무센의 언급이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폴슨을 비롯해 유로존 붕괴를 전망한 경제 전문가들이 시기를 잘 못 짚었다고도 덧붙였다. 유럽의 경제와 정치 시스템이 런던이나 뉴욕 시장 보다 더디게 움직이는 탓이다. 다만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총선 출마 소식에 유럽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을 거론하며 유로존의 위기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4년간 유지된 유로존이 단순한 경제통합체 뿐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이 깊숙이 연관된 점과 독일이 올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론에 따른 혹독한 비용을 치른 점, 드라기 총재의 유로존 부실국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 노력 등이 유로존 붕괴 위험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탈리아와 독일의 정권 교체 가능성과 스페인의 구제금융 여부 등이 내년 유로존 경제가 고전할 것이라는 아르무센의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또 유로존 경제가 치솟는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사회 불만이나 유로회의주의 확산을 막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타임스는 “향후 12개월 동안은 유로존이 그리스를 포함한 17개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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