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의 公約, 뒤집어본 空約-5]대학 입시 해법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이상미 기자]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만 되면 온 사회가 숨을 죽인다. 70만명에 달하는 수험생들이 치르는 시험 때문에 관공서의 출근 시간이 1~2시간씩 늦춰지는가 하면,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도 금지된다. 전국 시험장 인근에서는 7000여명의 경찰이 수험생을 실어나르기 위해 동원되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 없었다. 대입을 사회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진풍경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하나의 계급처럼 여겨진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사회ㆍ경제적인 지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일류대에 진학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과열된 경쟁은 사교육 시장을 부풀렸고 사교육비는 매해 치솟고 있다. 급기야 빚을 내서라도 과외를 시키다보니 '에듀퓨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사교육비(19.5%)는 양극화(36.6%)와 강력범죄(33.3%) 다음으로 우리나라 성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후보들은 잇따라 교육 입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모두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 모두 3000여개 이르는 대입 유형을 단순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각론은 살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박근혜 후보는 수시의 경우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대입 전형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능과 논술시험은 교과서 중심으로 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중장기 교육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국가 미래교육위원회도 신설키로 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수험생들이 여러대학을 지원하더라도 지원서는 한번만 내도록 하는 '한국형원서지원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안정적 입시제도를 위해 대입 입시 제도를 변경시 3년전에 미리 예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현행 3000개 입시전형을 수능, 내신, 특기적성, 기회균형선발 등 4가지 트랙으로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랙별로 선발 인원을 할당하고, 장기적으로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내에서만 출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중립이 보장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내심중심의 대입 선발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 시절 크게 늘어난 '입학사정관제'를 기회균형선발에만 적용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구체적으로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특수교육대상자등을 정원 내 선발로 두고 국가균형위원회에서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특히 영국이 실시하고 있는 가칭 '대학입학지원처'를 상설기구로 육성해, 대입 전형 단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교 체제 개편과 관련해 두 후보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후보는 현행 유지 입장을 견지하면서 특목고의 운영을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특목고가 입시명문고로 변질됐다며 과학고만 유지한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내놓은 교육 공약에 대해서 개혁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표심'을 자극할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김승헌 정책실장은 "박 후보는 정시는 수능, 수시는 학생부 중심의 단순한 원론만 밝혔다"며 "구체적 내용이 없어 사실상 공약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 김 실장은 "복잡한 대입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정교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구체성과 전문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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