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업체인 대만 소재 TSMC의 장중무(張忠謀) 회장(81ㆍ사진)이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아시아판의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TSMC는 '페이블리스' 기업들에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수탁 생산 업체다. 페이블리스란 제조공장 없이 제품 기획과 개발에 집중하는 경영방식이다. 과거 반도체 업계에서 파운드리 업체는 매우 드물었다. 1980년대만 해도 대다수 반도체 메이커는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 자사 공장에서 생산했다. 혁신성 외에 공장과 막강한 자금력이 필요한 시절이었다.
1987년 장은 외주 생산 분야에 뛰어들었다. TSMC가 수탁 생산에 나서자 퀄컴ㆍ브로드컴 같이 반도체 설계 능력이 있는 기업은 공장 없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TSMC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퀄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장은 2005년 경영일선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만 맡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2009년 CEO로 복귀했다. 복귀 당시 그의 나이 78세로 외부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장은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보기좋게 무질렀다. 그가 경영에 복귀한 뒤 TSMC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지난달 26일 TSMC 주가는 10년만의 최고로 올랐다. 올해 3ㆍ4분기 TSMC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17억달러를 기록했다. 포브스 아시아판은 장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해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한 것이다.
10일 현재 TSMC의 시가총액은 875억달러(약 94조3357억원)로 인텔의 999억달러를 바짝 바짝 좇고 있다. 인텔의 마크 보어 연구원은 TSMC의 수탁형 모델이 결국 기술의 복잡성 증가로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은 투자 증가로 반도체 아웃소싱이 더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용 컴퓨터(PC)에 집중하고 있는 인텔이 PC 판매 부진으로 고전 중인 반면 TSMC는 PC 외에 스마트폰 칩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TSMC는 애플의 핵심 칩을 주문 받게 될 듯하다. 그 동안 애플의 핵심 칩은 삼성전자가 생산했다. 그러나 오는 2014년부터 TSMC가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 태생인 장은 1948년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이른바 '국공내전'이 격화하자 홍콩으로 피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그는 다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으로 옮겨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장은 MIT 졸업 후 반도체 제조업체 실바니아에 취업해 3년 동안 일하다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로 옮겼다. TI에서 고속 승진한 그는 입사 3년만에 엔지니어링 부문 책임자가 됐다. 입사 25년 째 되던 해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제너럴 인스트루먼트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1985년까지 일했다. 이후 대만 정부 초청으로 현지 비영리 연구기관 ITRI에 발을 들여놓았다. 칩 아웃소싱의 가능성에 눈 뜬 그가 TSMC를 설립한 것은 1987년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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