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국내 인기 브랜드, 해외서 더 큰 성공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드~봉(de bon). 매력적인 미소의 소피마르소가 입술을 귀엽게 모으고 요염하게 외쳤다.
1984년 럭키(현 LG생활건강)가 야심차게 출시해 한국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했던 드봉 화장품은 소피마르소의 아련한 미소와 함께 추억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진 브랜드다.
하지만 중국에 가면 길거리에서 드봉이라는 간판을 내건 화장품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내서는 추억 속의 브랜드로 남아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중국 시장에는 자그마치 300개의 드봉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드봉은 중국 시장에서 헤르시나, 미네르바, 수려한 등 LG생활건강이 현지에서 판매중인 제품들을 모아놓은 화장품 전문 브랜드숍으로 운영 중이다.
예전 우리나라 화장품 판매의 주 채널이었던 동네 화장품 가게, 아파트 단지내에 꼭 하나씩 자리잡고 있던 화장품 전문점 같은 분위기라고 상상하면 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드봉 이라는 브랜드는 불어로 '좋다'는 뜻"이라면서 "드봉이 중국 현지에 진출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고 뜻이 너무 좋아서 브랜드 이름을 화장품 유통샵의 이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그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중국서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마몽드와 라네즈. 국내 소비자들의 소득수준과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서는 설화수, 헤라 등 프레스티지 화장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마몽드는 '국민 화장품'급 대우를 받고 있고, 라네즈는 고급 화장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상해의 1급 백화점 등 주요 80여개 도시, 250여개 백화점에서 '라네즈' 매장이 운영 중이다.
이와 더불어 '마몽드'는 동북지역 및 상해 백화점 진출을 시작으로 전문점까지 경로를 확장, 190여개 도시 750개 백화점 매장 및 2400여개 전문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1990년대 인기를 끌다가 이제는 국내 사업을 접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 패션 브랜드 '이랜드'가 중국에서 4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메가브랜드로 부활했다.
이랜드그룹의 상징적인 캐주얼브랜드 '이랜드'는 중국 내에서 올 상반기 1570억원에 이어 하반기에는 2230억원를 기록해 총 38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이들 브랜드는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선점의 이득을 거두고 있다"면서 "국내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브랜드라도 해외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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