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장기회사채 시장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추세가 이어질 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장기 회사채 시장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고 3일(현지시간)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회사채 가격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가격 급락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금리가 반등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장기 회사채 시장이 올해 들어 전성기를 맞았다고 분석한다. 주요국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수요가 증가한데다 국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기 위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비금융기관의 10년물 이상 회사채 발행은 올해 들어 7340억달러(약 796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보다 36%나 증가한 것이다. 2010년에는 5610억달러였다.
이는 특히 미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재정절벽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발행을 서두르지 않으면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신규 발행된 회사채의 평균 발행만기는 11.2년으로 지난해 평균인 10.9년을 앞질렀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평균은 7.8년으로 이 역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포트는 지난달 16억5000만달러 규모의 10년물·30년물 회사채를 각각 2.125%, 3.5%의 금리로 발행했다. 의료장비업체 애보트의 자회사 앱비는 3년·10년·30년만기 회사채 147억달러를 발행했다. 이는 올해 미국에서 발행된 회사채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런 호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장기 회사채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NG자산운용의 맷 톰스 미 국채담당자는 "수익률은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초저금리가 만성화돼있는 상황에서 소폭의 금리상승도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든앤라이젤의 짐 사니 총괄이사는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회사채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과 약간의 수익률에 안주하고 있다"며 "장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러한 상황이 언제 역전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