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주택가격 하락을 동반하는 가계 채무조정(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되면서 가계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송두한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가계 디레버리징 가능성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8년 이후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주택가격 정체 속에 진행됐다면 앞으로 1~2년은 가격 하락을 수반한 가운데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현재 국내 경제를 살펴보면 저금리 통화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시중유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경제주체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지면서 통화승수(화폐유통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또 저금리에도 대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수요충격(소비 위축)으로 인해 자산가격 하락(자산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가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가계건전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현재 국내 경제는 가계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버블해소과정은 버블주기(생성, 확장, 소멸) 측면에서 볼 때, 선험적으로 6년에서 7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은 저금리 기조 속에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가계부채가 축소되는 현상이 지난 6년간 지속되면서 이른바 ‘가계 디레버리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우리나라의 가계 디레버리징이 미국(6년 기간, 가계대출감소율은 주택가격하락율의 1/4 수준)과 유사하게 전개된다고 가정할 경우, 주택가격의 하락을 수반하는 가계의 채무조정 과정이 향후 1년에서 2년 정도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내년에 서울의 주택 가격이 현 수준(2010년 최고점 대비 마이너스 3.3% 하락)을 유지하면 가계대출은 0.8% 감소하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1.4%로 올해 2분기(0.8%)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10%p 추가 하락할 때는 가계대출은 2012년 2분기 868조원에서 840조원으로 약 3.3%(28조원) 감소하고 가계대출연체율은 2012년 2분기 0.8%에서 2013년 2.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송 실장은 "향후 주택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가계 디레버리징이 진행될 경우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건전성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은 보수적 여신운영 기조를 유지해 보유 여신의 질을 개선하고, 가계는 부채의존도를 줄여 위기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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