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장수술법 '카바' 안전성 검증 중단키로
6년 고민하다 발빼 "검증 불가능…학계가 결론내라"
송명근 교수 "어이 없다…수술 예전처럼 계속할 것"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보건당국이 심장수술법 '카바'의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고 이 논란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지난 6년간 의학계·환자단체 등과 뒤섞여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것이다. 카바를 개발하고 그 우수성을 주장해온 송명근 교수(사진)는 복지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카바(CARVAR, 종합적 판막 및 대동맥근부 성형술) 수술의 법적 근거인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내달 1일자로 폐지한다고 30일 밝혔다. 카바수술법을 건강보험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의미다. 병원은 수술을 시행할 순 있지만 건강보험 시스템에 없는 수술법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면 안 된다.
장재혁 건강보험정책관은 "지난 6년간 검증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학술단체가 논의해 결론을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바수술은 심장판막수술법의 한 종류로 1997년 송명근 당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현 건국대병원 흉부외과)가 개발했다. 기존 수술법보다 효과가 좋다고 송 교수는 주장하지만, 다른 심장전문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학술적 논란이 거세던 2007년 3월 송 교수는 카바수술을 '신의료기술'로서 건강보험에 적용시켜달라고 신청했고, 이는 복지부가 논란에 끼어든 계기가 됐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방법과 해석을 두고 학술단체와 송 교수의 의견차이가 너무 커 검증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 고시 폐지 결정은 카바수술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검증할 수 없으니 '신의료기술 신청'을 반려하겠다는 복지부의 검증 포기 선언과 같다.
복지부가 빠진 상태에서 송 교수와 학술단체가 자체 논의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낼 가능성은 앞으로도 거의 없다.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특정 수술법이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의사와 환자가 알아서 결정하고 판단하라"고 내던진 꼴이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6년간의 혼란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쾌해 했다. 카바수술을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엔 "건강보험 등재는 실패했지만 수술을 계속할 것이고 해외로 전수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자신이 양산화에 성공한 수술도구 카바링(CARVAR Ring)을 쓰지 않고, 이 수술법을 처음 개발할 때처럼 기존 수술도구를 잘라 쓰는 방식으로 수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수술행위를 '카바'라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송 교수와 건국대병원은 통상적인 '판막성형수술'로서 환자에게 수술비를 청구할 수 있다.
<송명근 교수와 카바수술 논란>
송명근 교수는 1992년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한 흉부외과 의사다. 최초의 인공심장 이식, 첫 심장·신장 동시 이식 등 심장분야 수많은 '국내 최초'를 보유하고 있다. 1997년 카바수술을 개발했을 때 전 세계 의사들이 풀지 못한 심장판막수술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국내외서 받았다. 그런데 2003년쯤부터 카바수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학술적 토론은 카바수술을 반대하는 심장학회, 흉부외과학회 등 학술단체와 송 교수의 감정적 대결 구도로 변질됐다. 복지부는 2007년 3월 송 교수의 신의료기술 신청을 계기로 수술법 검증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연구도 수행하지 못한 채 5년 8개월만에 검증 포기를 선언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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