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단일화 교감 속 정책발표
'정책후보' 차별성 확보 의도
민생공약 중심 발표에 긍정 평가
경제민주화 공백 못채운 건 결점
'증세반대' 전제 재원조달 구상 논란여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8일 금융채무불이행자들에 대해 최대 70%까지 채무를 감면해주는 내용 등이 뼈대인 대선공약 '미래비전'을 발표하면서 답보상태를 벗어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국면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결정 전에 종합적인 대선 공약을 발표한 것은 문ㆍ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를 '정치행위'로 규정함과 동시에 '정책후보'로서의 차별성을 확보해 정국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듯 이날 인천 송도에서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정치"라고 단일화 작업을 비난했다.
특히 박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기 직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사퇴하고 문ㆍ안 후보가 단일화 및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만큼 박 후보로서는 이에 대응할 카드가 필요했고, 하루 전에 공식적으로 결정된 이날 공약 발표가 그 역할을 어느정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번 한 주가 단일화 이슈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주는 문ㆍ안 후보가 어떠한 형태로든 논의를 완료해야 하는 기간이다. 돌아오는 일요일(25일)이 대선 후보등록 첫 날이기 때문이다.
후보등록은 25~26일 양일간 진행된다. 양 측은 지난 첫 번째 단일화 회동에서 '후보등록 종료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는 이번 발표 시점이 너무 성급하게 잡혔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도 엿보인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때는 굳이 뭔가를 하려하기보다는 일단 비를 피해야 하지 않겠나. 쓸데없이 카드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공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채무불이행자 대책, 비정규직 대책, 고교 무상교육 및 대학 반값등록금 구상 등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경제민주화 진정성 논란'을 어느정도 희석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대안이나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든 꼬투리를 잡힐 수 있어서다.
향후 5년 동안 약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증세에는 반대한 점도 논란거리다. '제대로 안 걷히는 세금을 확실히 걷고 정부가 쓸데 없는 곳에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게 박 후보 논리인데, 여기에 구체성이 결여돼있어서다.
소득조사를 위한 기관이나 기구 신설에 대한 청사진 등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밝힌 이런 구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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