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예스24, 교보문고 등 대형 온라인 서점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엔 '기대 신간' '급상승 베스트' '추천 기대작' '리뷰 많은 책' 등으로 이름 붙인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독자는 서점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엄선해 추천하는 읽을 만한 책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실제로는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실어준 광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광고비를 받고도 그렇지 않은 듯 새 책을 소개한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 4개 온라인 서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총 2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권당 5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받고 자체 평가 기준에 맞춰 선정한 좋은 책인 것처럼 '광고'했다. 독자를 속여 온 것이다. 이런 책이 최근 1년여 동안 2400여종에 달한다.
왜곡된 유통구조는 출판시장을 어지럽히고 출판 생태계를 파괴한다. '광고'로 책을 소개하는 현실에서는 광고비를 많이 지출한 출판사의 책이 내용도 좋은 것처럼 포장된다. 독자가 다양한 책을 고르는 것을 막는 결과를 낳는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어도 알릴 기회가 없어 독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진다. 책의 질로 승부하려는 영세출판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셈이다.
그 결과 출판시장이 양극화하면 독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독자는 책을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이 강요하는 책만 보게 되는 셈이다. 책은 일반 제조업 상품과 다르다. 지식 상품이다. 문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독자가 다양한 출판사가 내놓는 다양한 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당국의 출판정책은 허술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출판콘텐츠 경쟁력 강화, 선진 유통환경 조성,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출판산업 경쟁력 강화 등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출판인들은 말만 번드르르할 뿐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한다. 완전 도서정가제의 확립,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우수 도서 선정 기구 설립 등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출판산업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급하다. 국격 있는 나라는 경제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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