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10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국운이 쇠해가는 고려에 대명당 자미원국이 강림한지 수십 년이 흘렀다. 하늘이 정해준 자미원국의 공개 시한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 주인공들의 유년시대가 마감되고 성인 시절이 시작되면서 <대풍수>도 제 2막에 접어들었다. 아버지를 잃은 지상(지성)은 어머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개경에 돌아오고, 원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정근(송창의)은 완전한 친원파가 되어 귀환했으며, 반야(이윤지)는 고려 최고의 기생이 되겠다는 결심을 품게 되었고, 해인(김소연)은 서운관의 반듯한 모범생으로 자라났다. 고려말기의 대표적 인물인 신돈(유하준)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문제는 드라마가 유년기의 갈등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며 성인기까지의 생략된 시간 속의 변화나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예컨대 공민왕(류태준)은 여전히 하늘의 뜻에만 의존하고 있고, 국무인 수련개(오현경)는 왕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며, 변방의 장수 이성계(지진희)의 주변적 위상에도 변함이 없다. 특히 2막의 문을 연 덕흥군의 난은, 공민왕과 노국공주(배민희)에 대한 반복된 역모와 시해 음모로 극을 이끌어갔던 초반부의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 <대풍수>의 기획의도가 신선했던 것은 조선 건국사를 영웅적인 왕 중심이 아닌, 거리의 도사들을 통해 다시 쓰고자 했던 점에 있었다. 이 의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운을 좌우하는 ‘대풍수’가 ‘사람을 위한 참된 풍수’와 어우러져야 하나, 그것을 조화시켜야 할 지상의 이야기는 반복되는 역모에 겉돌고 있으며 그의 정체성 또한 모호하게 머물러 있다. 말하자면 지금 <대풍수>의 이야기는 결정적인 혈처를 찾지 못하고 명당의 근처만 맴돌며 땅을 파고 있는 모양새와도 같다. 진정한 성인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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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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