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첫 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대풍수>는 조선 건국의 결정적 사건인 위화도회군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회군 8일 후, 이성계(지진희)는 개경 입성을 앞두고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를 묻고, 명리학자 지상(지성)은 그에게 ‘천명이란 없으며 장군은 천명을 바꿀 수 있는 인간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고려와 조선의 운명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사다. 그로부터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고려 말은 무력하게 “하늘의 뜻”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고려 말의 왕들은 ‘황제국’ 원나라의 강압적 지배 아래서 아무런 힘이 없고, 그렇기에 더더욱 신탁을 갈구한다. 그리하여 고려와 조선이 교체되는 이 격동의 시기는 “하늘의 뜻”에 매달리는 구세대와 ‘천명을 바꿀 인간의 의지’를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 간의 격전장이 된다.
첫 회의 초반부는 먼저 그 “하늘의 뜻”을 찾거나 따르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위기의 고려에 전설의 대명당 자미원국이 강림하고, “명당을 보는 신안을 가진” 동륜(최재웅)은 어명을 받아 터를 찾지만 ‘천시’가 따로 있음을 깨닫고 그 위치를 함구한다. 십년 뒤, 공민왕(류태준)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외세로부터 고려를 구할 힘”을 얻기 위해 동륜에게 다시금 자미원국을 찾을 것을 명하고, 끝내 천명을 거스를 수 없던 그는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동륜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인물이 이성계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자미원국이 가리키는 ‘천시’란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대풍수>가 운명론적 세계관과 ‘인간의 의지’ 사이에서 자기모순을 지닌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모순이 드라마를 더 흥미롭게 이끌 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자가당착이 되고 말 것인지는 앞으로의 이야기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조선 건국 드라마라는 익숙한 대륙에서 발굴한 이 새로운 땅이 명당이 될지 흉지가 될지도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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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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