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6일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과 달리 좀 가벼운 마음으로 2기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그러나 적자감축과 기후변화 등 장기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과는 전혀 다른 경제를 갖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내년 1월 자동 지출 삭감과 세금인상에 따른 재정절벽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정은 4년 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성장과 고용사정이 나아졌다.3·4분기 성장률은 2%,실업률은 7.9%를 기록했다.기업들은 올들어 월평균 15만7000명의 신규고용을 하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 등 신흥국들의 인건비인상으로 미국으로 귀환하는 기업들과 셰일 오일 혁명으로 고용이 증가한 게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도 줄었다.금융위기 이전 가처분 소득의 134%였던 가계부채는 113%로 낮아졌다. 소비자들이 이자로 내는 돈은 소득의 11%를 밑돌아 18년 사이에 가장 낮다.
주택가격 하락도 멈췄다.2006년에서 2011년 사이 주택가격은 무려 6조6000억 달러나 하락했다. 그러나 3·4분기에는 주거용 주택 투자가 14.6%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 사정도 좋아져 대출을 늘릴 여유를 가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따르면 19개 대형 금융회사들은 은행 완충자본을 3000억 달러 늘린 7600억 달러로 증액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산업과 금융면에서 과거와 판이한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못하거나 뒤로 미뤄둔 장기과제를 하기에 적당한 여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점을 바탕으로 2기 오바마 정부가 향후 10년간 미국을 번영으로 이끌 장기과제를 제시했다. 그것은 재정적자,고용과 임금,사회계층이동,기후변화 등이다.
미국은 평일에 하루 30억 달러씩 빚을 내고 있고 세수보다 세출이 많은 이 상황은 민주와 공화 양당 공히 지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WSJ는 “재정적자는 미래의 문제”라면서 “내년 적자를 줄이는 일보다 2016년 적자를 줄이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과련 벤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너무 빠른 긴축은 피하고 장래 차입을 줄일 법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고용은 심각하다.실업률이 7.9%라고 하나 360만명이 1년 이상 일자리 없이 놀았고 25~54세의 미국인 10명중 1명이 일이 없다.통화와 재정정책은 이들이 영원히 일자리 시장에서 탈락되지 않고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질임금 하락도 문제다. 25~65세 사이의 취업자는 지난해 4만81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물가를 반영하면 1999년보다 16%나 적었다. 경제성장이 반드시 임금상승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이는 중간임금 일자리는 자동화로 대체되거나 해외로 이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사회의 계층이동도 촉진할 책무를 지고 있다.클리블랜드대학 유세에서 폴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계층이동은 미국에서 삶의 핵심약속이지만 그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WSJ는 2기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의 승자와 패자간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한다면 앞으로 4년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밋 롬니 후보나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기간내내 언급하지 않은 사안이지만 앞으로 4년 내내 외면할 것은 아니다.마이컬 블룸버그 시장은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한 이후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기후가 변하고 있는 만큼 모든 당선자들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WSJ는 이들 사안들은 해결방안에 대한 컨센선스(합의)가 안된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다른 처방전을 갖고 있고 선거가 그것을 바꾸지 못해 타협 아니면 교착상태 둘중 하나의 선택만 남았다고 경고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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