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급 1위지만 공실 최소 2~3개씩
1·2인 모델만 쏟아내 월세값 곤두박질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워낙 공급 물량이 급증해 대부분의 원룸형 주택에는 빈 방이 최소 2~3개씩 있다. 신축 건물들이 많아서 사람들 눈이 높아진데다 경기 상황까지 좋지 않아 수요층이 움직이지도 않으니 월세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화곡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
지난 주말 찾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1위 강서구 일대는 4~5층 빌라들 사이사이에 도시형생활주택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처음 제도도입 이후 올 9월까지 총 19만2490가구(인허가 기준)가 공급됐다. 올 9월 기준 공급량은 8만6414가구에 달하며 지난해 대비 약 71% 증가했다.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많은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된 지역은 강서구였다. 강서구에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906가구, 2032가구의 인허가가 이뤄지면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1위에 오른 만큼 공사 현장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화곡역에서 까치산로를 따라 강서구청까지 걸어가는 약 25분 동안에만 7개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이 공사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까치산역은 강서구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강서구에서 가장 비싼 월세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한다.
까치산역 3번 출구 뒤 골목 사이사이에는 신축 원룸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수막에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50만원이라고 적혀있지만 이 가격으로는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나와 있는 물량이 많아서 임차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가격은 하락 중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신축에 풀 옵션이 아니면 제 값 받고 임차인 구하기 힘든 시대가 왔다"면서 "준공 5년만 지나도 헌집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화곡역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화곡역을 걸어서 5분 만에 닿을 수 있는 초역세권 원룸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월세를 30만원 대로 낮췄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화곡역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원룸 임대시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면서 "얼마 전에는 여성 임차인이 집 안에서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 관리비 없이 계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월세가 상승했던 가양역~강서구청 일대 역시 월세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가구에 달하는 대형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입지는 더 악화됐다.
강서구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면서 여의도, 강남 등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몰려 월세가 상승, 방을 구하기도 힘들었다"면서 "이후 원룸형 주택 신축이 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빈 방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들은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월세를 낮춰서라도 임차인을 구하고 싶다는 의견을 중개업소에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크게 늘면서 생겨난 문제들도 적잖다. 대표적인게 주차난이다. 강서구 일대는 대부분이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로 유명하다. 주차장 기준을 60㎡당 1대로 대폭 완화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김승기 강서구청 주차시설관리팀장은 "신축 빌라들은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다"면서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공간이 거의 없어 주차난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공용주차장을 확충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강서구 일대는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이면서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편이어서 도시형생활주택 신축이 용이하다"면서 "원룸형은 줄이고 2~3인 가구도 거주 가능한 단지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