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 기업들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성장해온 인도 기업들이 요즘 거꾸로 미국인 고용에 나서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미 정부는 2010년 자국민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전문직 단기 취업 비자(H-1B), 주재원 비자(L-1) 발급 비용을 대폭 올렸다. 자국 기업 가운데 미국인 채용 비중이 50% 미만일 경우 취업 비자 발급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다. 이로써 인도 출신 숙련공이 미국에서 일할 때 지불해야 할 비자 비용은 2010년의 배로 늘었다.
미국 취업 비자 수수료 문제는 미국과 인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인도 기업들이 미 기업들로부터 아웃소싱 받은 업무 규모만 277억달러(약 30조3453억원)에 이른다. 인도 기업들의 미 시장 의존도는 매우 높다. 따라서 비자 규정이 요구하는 미국인 채용 비율을 맞추거나 아니면 인도에서 데려오지 못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미국인 채용에 나서게 된 것이다. 더욱이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일부 업무는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도 미국인 채용을 늘리는 요인이다.
게다가 미 연방 정부 및 지방 정부가 계약 수주 조건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인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인도 기업이 미국인 채용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머리 수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 상당수 인도 기업은 숙련 기술 인력에 눈독 들이고 있다. 인도 기업인들은 미 실업률이 7.8%에 이르지만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인도 업체는 인도 인력 대신 미국인 채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차세대 솔루션 제공업체 카그너전트는 2년 전 미 17개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채용에 나서 지난해와 올해 4000명을 고용했다.
기술 개발 센터를 미국에 세우는 인도 기업도 있다. 이는 미 정부의 투자 유인책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인드 트리는 플로리다 대학 인근에 250만달러로 기술개발 센터를 세웠다. 플로리다 주정부가 마인드 트리에 세제 감면 혜택 및 신규 직원 교육 비용 일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덕이다. 마인드 트리 아메리카의 스콧 스태플스는 "주정부 지원 덕에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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