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차전서 SK에 2-1 승…KS 우승에 1승 남아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불꽃 튀는 접전의 명암은 수비에서 갈렸다. 집중력 싸움에서 웃은 건 삼성이었다.
삼성은 31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투수 윤성환의 6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와 야수진의 호수비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선수단은 3승 2패를 기록, 2연패이자 통산 5번째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반면 SK는 폭투, 주루 미스, 실책 등을 노출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승부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는 6차전은 11월 1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1, 2차전의 승리 비결이 홈런이었다면 5차전은 수비였다. 삼성은 실점 위기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류중일 감독을 자리에서 연신 일어나게 할 정도였다. 그 주역은 투수진이 아니었다. 특유 ‘지키는 야구’의 원동력이 야수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SK의 폭투, 포구 실수 등으로 이는 더욱 부각돼 보였다. 공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K는 삼성보다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사 1, 2루 찬스를 두 차례나 맞았지만 1점을 뽑는데 그쳤고, 9회 무사 3루에서는 무득점으로 꼬리를 내렸다.
삼성 타선은 달랐다. 1회부터 끈질긴 근성으로 선취점을 기록했다. 득점의 주인공은 정형식. 이승엽과의 연속 안타로 맞은 2사 1, 3루 박한이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윤희상의 포수 뒤로 빠지는 폭투를 틈타 홈을 통과했다. 삼성은 이후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소득은 있었다. 윤희상을 끈질기게 괴롭혀 1회에만 25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박한이는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고른 뒤 도루에 성공했다. 박석민은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6구 승부를 펼쳤다.
삼성은 3회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득점은 상대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1사에서 안타로 출루한 이승엽이 최형우의 우전안타 때 3루까지 안착했다. 두 베이스 진루는 임훈이 실책을 저질러 가능했다. 원 바운드 타구를 잡지 못해 공을 뒤로 빠뜨렸다. 수비 불안은 끝이 아니었다. 박한이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낚아챈 박진만이 글러브에서 바로 공을 꺼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SK는 이승엽의 득점 방어도 병살타도 모두 이끌어내지 못했다.
앞서 다수 전문가들은 5차전 승패의 관건을 4번 타자간의 대결이라 내다봤다. 박석민과 이호준이다. 맞대결의 승자는 이호준이었다. 박석민이 6번으로 자리를 옮겨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친 반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타점은 0-2로 뒤진 4회 무사 1, 2루에서 올렸다. 우전 안타를 쳐 2루 주자 박재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문가들 말대로라면 SK는 승리해야 했다. 하지만 졌다. 삼성의 놀라운 수비 탓이었다.
SK는 이어진 무사 1, 2루 기회에서 번트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박석민이 박정권의 타구를 지체 없이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 최정을 잡아냈다. 이어진 김강민 타석에선 이승엽의 글러브가 빛났다. 김강민을 아웃시키진 못했지만 불안하게 날아드는 송구를 몸을 던져가며 잡아냈다. 그 덕에 삼성은 이호준의 홈 쇄도를 막을 수 있었다. 이어진 2사 1, 3루에서 호수비는 한 차례 더 나왔다. 3루 주자 이호준이 1루 주자 김강민의 도루 시도와 함께 베이스에서 발을 떼자 포수 이지영이 2루 대신 3루에 송구, 이호준을 런다운으로 잡아냈다.
삼성은 무사 1, 2루 찬스를 한 차례 더 막아냈다. 이번엔 무실점이었다. SK는 7회 선두타자 이호준이 2루타를 때리며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어진 박정권의 출루. 하지만 이호준은 3루를 밟지 못했다. 내야 땅볼을 잡은 박석민이 무리한 1루 송구 대신 견제를 택한 까닭이다. 그 덕에 윤성환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안지만은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김강민과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후속 이재원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SK는 1-2로 뒤진 9회 또 한 번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 역시 결과는 같았다. 주루 플레이에서의 집중력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선두타자 최정은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3루타를 쳤다. 후속 이호준의 유격수 땅볼 때 그는 충분히 홈으로 쇄도할 수 있었다. 유격수 김상수가 땅볼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낚아채 홈으로 송구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하지만 최정은 빈틈을 파고들지 않았다. 상대투수가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없이 아쉬운 판단이었다. 결국 오승환은 김강민, 박진만 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의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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