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늘은 10월 마지막 날. 달력 한 장이 또 넘어간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49일 남았다.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빅3의 바쁜 발걸음이 연일 신문과 TV를 장식한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과 화제는 그들의 언행이 아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인가. 이뤄진다면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다. 그것이 대선판을 흔들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돌출한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는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다. 선거판이 박ㆍ문ㆍ안의 3각 구도로 짜였을 때만 해도 세간의 기대는 높았다. 박근혜ㆍ 문재인 후보가 그 같은 국민적 여망을 모를 리 없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까지 가세했으니 이번만은 뭔가 달라지리라 믿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기대치에 부응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표를 향한 후보 간 정책 동조화 현상은 역설적으로 정책선거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여ㆍ야가 북방한계선(NLL)과 정수장학회란 양대 이슈에 화력을 쏟으면서 다른 이슈는 묻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문ㆍ안 후보 간 '단일화' 논란은 안개 속 대선판을 한층 미궁에 빠트렸다. 결정의 날이 코앞인데도 선거의 출발점인 '경쟁 구도'가 불명확한 기형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링에 누가 오를지, 몇 명이 오를지 모르는데 무슨 말이 귀에 들어 오겠는가. 몇 달째 큰 변화가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 증거다.
단일화를 안 한다면 얘기할 것 없다. 하겠다면, 두 후보는 당장 논의를 시작하는 게 옳다. 시간을 따져보면 지금도 늦었다. 단일화만 하면 당선이 확실하니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니까 하는 식의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오만이다.
단일화는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결정이 돼서는 안된다. 정책, 비전, 개혁의 청사진을 함께하는 화학적 일체화가 필수다. 공정한 절차도 중요하다. 단일화 방식의 결정, 토론, 정책통합, 절차 등을 따져보면 지금 시작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마침 어제 문 후보 측에서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간 끌 것 없다. 진정 유권자를 생각한다면 빠르게 '단일화 블랙홀'을 제거하고 심판대에 올라서야 한다. 내일이 벌써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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