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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낙하산의 역설, 공기업 '임원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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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지원자가 없어 공백이 장기화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 말기에 괜히 임원이 됐다가 대선 이후 임기를 못 채운 채 중도하차하는 등 자리보전이 어려울 거라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힘들게 공모해보았댔자 미리 낙점된 인물에 밀려 들러리만 선 채 떨어질 게 뻔하다고 여기는 점도 여전히 작용한다.


실제로 올 초부터 10월 말 현재까지 사장ㆍ이사ㆍ감사 등 임원을 공개모집한 공공기관 73곳 가운데 지원자나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 내지 3차 공모 절차를 밟은 곳이 12곳에 이른다. 한국마사회(비상임이사)ㆍ한국수력원자력공사(사장ㆍ상임이사)ㆍ예금보험공사(사장)ㆍ정보통신산업진흥원(원장)ㆍ농수산식품유통공사(비상임이사) 등이 그런 경우다.

정권 초기 힘이 세고 임기가 보장될 때에는 유력인사들이 앞다퉈 공모에 응하는 반면 정권 말기에 가까울수록 '몇 달짜리 자리'에는 응모 자체를 꺼리는 결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행처럼 이뤄져온 역대 정권의 낙하산 인사 내지 코드 인사의 부작용이자 후진적 엽관제 인사 제도의 산물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공공기관 사장 등 임원 자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과정에서 공을 세우거나 안면을 익힌 인물에게 자리 하나 내주는 '보은 인사'로 활용돼 왔다. 선거철이면 유력 후보 캠프를 기웃거리는 인사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는 것은 이런 그릇된 학습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휴유증이 단순히 정권 말기 인사 파행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기관에선 낙하산 인사의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와 수당 인상 등 비밀협약을 맺어 해당 기관의 경영에 부담을 지운다.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식 무리한 업무 추진으로 마찰을 빚기도 한다.

문제를 뻔히 알면서 계속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그릇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공공기관별로 전문성과 경영능력 등 임원 선임에 대한 보다 엄격한 자격 기준을 마련해 공모 제도를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이 대선 이후 나눠먹기식 엽관제 정실주의 인사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더욱 환영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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