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분쟁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여러 산업분야의 다양한 지재권을 대상으로, 대기업ㆍ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지재권 분쟁이 일상화'된 현실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사내 전문가, 여유 있는 자금력, 어느 정도의 시장지배력 등을 바탕으로 지재권 분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지재권 분쟁에 휘말리면 당장 영업을 걱정해야 할 만큼 형편이 나쁜 게 사실이다.
지재권 분쟁은 초동 대처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 안에 지재권관리 인력과 전담부서를 두는 게 필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지재권 전담조직을 둔 중소기업비율은 5%가 안된다. 그나마 지재권관련 전문인력을 둔 곳은 15% 수준에 머문다. 분쟁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없고 거액의 소송비를 댈 수 있는 자금력도 부족하다.
어느 중소기업가가 "우리 같은 회사는 경쟁사로부터 지재권 침해관련 경고장만 받아도 하늘이 노랗다"고 말한 것은 이런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력이나 자금과 같은 물질적 취약성보다도 더한 문제점은 지재권 분쟁에 대한 현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부족이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지재권 보호를 위해 아무 예방활동도 하지 않은 기업이 37.9%, 제품수출 때 지재권 침해조사를 하지 않는 기업이 63.1%에 이른다고 한다.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도 지재권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이 어떤가에 따라 세계적 기업이 될 수도 있고 도산하기도 한다. 1997년 우리 기업들이 세계 처음 MP3플레이어의 원천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권을 확보하고도 지재권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고 말았다. 그 결과 국내특허는 소멸됐고, 외국특허는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s)에 인수돼 지금은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특허이용료를 주는 실정이다.
그러나 자금력,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개별기업차원에서 지재권 분쟁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 대기업 C사의 사례를 보자. 8만건의 특허를 가진 이 회사는 2000년부터 특허관리전문회사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C사는 갖고 있는 특허를 무기로 화해보다 재판이란 강력한 대응전략을 썼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른 일본 기업들이 한 해 40~50건의 지재권 피소를 경험하지만 C사의 피소건수는 연간 10건 미만으로 줄었다. 그 후 특허관리전문회사의 공격목표는 C사가 아니라 C사의 중소협력업체로 바뀌었다.
이에 C사는 협력업체가 경고장을 받거나 지재권 분쟁에 휘말리면 연락하도록 하고 함께 대응하는 전략으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상생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겐 모범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재권 분쟁에의 공동대응전략은 대기업ㆍ중소기업 간은 물론 같은 업종의 중소기업 간에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중소기업들을 공격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에 대해선 기업협의체 등을 통한 정보공유와 공동대응이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지재권 분쟁은 대응에 실패하면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수출이 끊기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개별기업차원의 대응노력은 물론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동종업계 간의 공동협력으로 지재권 분쟁을 슬기롭게 이겨나가길 기대해본다.
김호원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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