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백화점·로드숍은 365일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이들 관광객이 넘쳐날수록 정작 내국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어김없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AD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설명을 너무 안해주시네요. 그래서 제게는 팔 제품이 없다는 건가요."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 시계 매장에서 한국인 남성 고객이 직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직장인 최모 (32)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서면 물어보지 않아도 척척 다가가 얘기해주더니 내국인한테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도 없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한다"면서 "원하는 제품을 물어봤더니 물건이 다 빠지고 없다고 딱 잘라말해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게 만든다. 아무리 외국인 고객 중심의 면세점이라고는 하지만 내국인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ㆍ백화점ㆍ로드숍은 365일 중국인ㆍ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이들 관광객이 넘쳐날수록 정작 내국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씀씀이 크기로 소문난 '통큰' 관광객들에게 밀려난 탓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매장 직원들이 한국어에는 서툴러 내국인 대응을 소홀히 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구매 액수가 적은 내국인들은 '가려가며' 제품을 설명해주는 식이다. K팝ㆍ한류 등을 통해 적극 펼치고 있는 'Sell Korea'의 역설이다.

대표적인 곳이 면세점. 이날 정오쯤 롯데면세점 액세서리 매장에서 한창 제품 설명을 해 주던 점원은 갑자기 "중국인 손님이 와서 대응하고 와야한다"면서 "다른 점원이 계속해서 응대해줄 것"이라며 황급히 중국인 커플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직원은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라 어쩔 수 없다"며 "이제 곧 외국인 고객들이 엄청 올 시간이라 더 바쁠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오후 1시께 되자 루이뷔통 매장 앞은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 면세점으로 들어오자마자 시계 매장과 명품 매장을 차지한 것. 내국인처럼 면세점 구입한도가 없는 중국인들은 수백, 수천 만원씩 하는 명품에도 돈을 척척 내놨다.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 루이뷔통 매장 앞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연히 구입한도가 3000달러로 한정된 내국인들은 '큰 손'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밀려 설명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외국인 위주로 고객 대응을 하기 때문에 이들 대응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기다렸다가 설명을 듣는다고 해도 곧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2시가 넘자 면세점은 아예 중국인ㆍ일본인 차지가 됐다.


면세점 한 직원은 "제대로 설명듣고 제품을 구입하려면 내국인들은 오전에 와야한다"며 "2~3시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을 시간이라 아무래도 응대하기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손 큰' 외국인 중심이라는 말이다.


오메가 매장 앞에 서자 직원이 꺼낸 첫 마디는 "어서오세요"도 아니고 "내국인이 살 수 있는 건 1개 밖에 없습니다"였다. 시계값이 모두 3000달러 이상으로 내국인 구매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매장에서는 내국인 고객을 응대할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에는 매장 입구에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만 전시해놨다. 중국인 고객을 겨냥한 것. 이미 8억5900만원짜리 전시 상품은 중국인 고객이 사갔다.


워커힐 면세점 직원은 "오리스, FC 등의 제품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저렴한데 중국에서 사면 한국보다 40%정도 비싸다"며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비싼 시계를 많이 사간다. 구매한도 때문에 중국인들보다 다소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사는 내국인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국인보다 중국인 매출이 더 높다"면서 "매출 비중으로 봤을 때 70:30으로 중국인 매출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푸대접을 받는 경우는 명동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화장품 로드숍 직원들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다가 내국인이라고 하면 시큰둥해지고, 매장 곳곳에서는 한국어 방송 대신 중국어 방송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직장인 배모(29)씨는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는 직원 10명이 모두 2개국어 가능자라고 했지만 간혹 일부는 일본어나 중국어에는 능통하지만 한국어는 서툴러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더 자세한 제품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간단한 설명에 그쳐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