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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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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백화점·로드숍은 365일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이들 관광객이 넘쳐날수록 정작 내국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어김없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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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설명을 너무 안해주시네요. 그래서 제게는 팔 제품이 없다는 건가요."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 시계 매장에서 한국인 남성 고객이 직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직장인 최모 (32)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서면 물어보지 않아도 척척 다가가 얘기해주더니 내국인한테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도 없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한다"면서 "원하는 제품을 물어봤더니 물건이 다 빠지고 없다고 딱 잘라말해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게 만든다. 아무리 외국인 고객 중심의 면세점이라고는 하지만 내국인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ㆍ백화점ㆍ로드숍은 365일 중국인ㆍ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이들 관광객이 넘쳐날수록 정작 내국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씀씀이 크기로 소문난 '통큰' 관광객들에게 밀려난 탓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매장 직원들이 한국어에는 서툴러 내국인 대응을 소홀히 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구매 액수가 적은 내국인들은 '가려가며' 제품을 설명해주는 식이다. K팝ㆍ한류 등을 통해 적극 펼치고 있는 'Sell Korea'의 역설이다.

대표적인 곳이 면세점. 이날 정오쯤 롯데면세점 액세서리 매장에서 한창 제품 설명을 해 주던 점원은 갑자기 "중국인 손님이 와서 대응하고 와야한다"면서 "다른 점원이 계속해서 응대해줄 것"이라며 황급히 중국인 커플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직원은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라 어쩔 수 없다"며 "이제 곧 외국인 고객들이 엄청 올 시간이라 더 바쁠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오후 1시께 되자 루이뷔통 매장 앞은 긴 줄이 만들어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 면세점으로 들어오자마자 시계 매장과 명품 매장을 차지한 것. 내국인처럼 면세점 구입한도가 없는 중국인들은 수백, 수천 만원씩 하는 명품에도 돈을 척척 내놨다.


[르포]"한국인에겐 안팝니다?" 왕서방에 밀린 내국인, 왕따 신세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면세점 루이뷔통 매장 앞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연히 구입한도가 3000달러로 한정된 내국인들은 '큰 손'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밀려 설명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외국인 위주로 고객 대응을 하기 때문에 이들 대응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기다렸다가 설명을 듣는다고 해도 곧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2시가 넘자 면세점은 아예 중국인ㆍ일본인 차지가 됐다.


면세점 한 직원은 "제대로 설명듣고 제품을 구입하려면 내국인들은 오전에 와야한다"며 "2~3시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을 시간이라 아무래도 응대하기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손 큰' 외국인 중심이라는 말이다.


오메가 매장 앞에 서자 직원이 꺼낸 첫 마디는 "어서오세요"도 아니고 "내국인이 살 수 있는 건 1개 밖에 없습니다"였다. 시계값이 모두 3000달러 이상으로 내국인 구매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매장에서는 내국인 고객을 응대할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에는 매장 입구에 10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만 전시해놨다. 중국인 고객을 겨냥한 것. 이미 8억5900만원짜리 전시 상품은 중국인 고객이 사갔다.


워커힐 면세점 직원은 "오리스, FC 등의 제품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저렴한데 중국에서 사면 한국보다 40%정도 비싸다"며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비싼 시계를 많이 사간다. 구매한도 때문에 중국인들보다 다소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사는 내국인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국인보다 중국인 매출이 더 높다"면서 "매출 비중으로 봤을 때 70:30으로 중국인 매출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푸대접을 받는 경우는 명동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화장품 로드숍 직원들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다가 내국인이라고 하면 시큰둥해지고, 매장 곳곳에서는 한국어 방송 대신 중국어 방송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직장인 배모(29)씨는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는 직원 10명이 모두 2개국어 가능자라고 했지만 간혹 일부는 일본어나 중국어에는 능통하지만 한국어는 서툴러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더 자세한 제품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간단한 설명에 그쳐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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