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 확산 우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면서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행여 업계 전체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내달 9일까지 만 50세 과장급 이상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연령에 따라 기준 임금의 최대 60개월분에 해당하는 퇴직 위로금과 정년 때까지 받게 될 학자금ㆍ의료비가 일시에 지급된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업계 최초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지난달 장년 고용 우수기업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던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희망퇴직에 들어간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조선업황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다.
현대중공업의 인력 구조가 비대하다는 점도 이번 희망퇴직 시행에 크게 작용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정규직원 수는 올 상반기 현재 2만4300명으로 경쟁사인 삼성중공업(1만2945명)ㆍ대우조선해양(1만2042명)보다 두배 가량 많다. 현대중공업은 평균 근속연수도 17.9년으로 삼성중공업(11.9년)ㆍ대우조선해양(17.0년)에 비해 길다. 그만큼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의미다.
올해 신규 수주에서도 현대중공업은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조선ㆍ해양플랜트 부문 수주 실적은 117억달러(영업을 같이하는 현대삼호중공업 실적 포함)로 목표치인 240억달러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에 비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각각 104억달러, 85억달러를 수주해 목표 달성률이 95%, 68%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에 돌입했지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경쟁사들은 아직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희망퇴직을 시행한 적이 없다. 다만 올 상반기 건설부문 인력 100여명을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로 이동시켰다. 사업구조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도 대우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고 2001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한 뒤로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말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조선사들은 최악의 위기를 맡고 있다. 그나마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등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근근이 버텨내고 있지만 이미 중소형사들은 문을 닫았거나 고사 상태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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