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민생국감,정책국감을 표방했던 19대 첫 국정감사가 이른바 '대략난감'으로 흐르고 있다. 여야간 정쟁의 난타전이 돼왔던 예전모습은 사라졌지만 임기말 국감인데다 대선정국의 현안까지 겹치면서 파행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유는 앞서 국감파행에 대한 사과를 해야한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민주통합당이 반발하면서 파행을 이어갔다. 당초 16일은 언론중재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됐다. 그러나 국감장엔 민주통합당 의원들 뿐 새누리당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감을 정상화 하려면 먼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지난주부터 파행된 국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MBC 김재철 이사장, KBS 이길영 이사장 등에 대한 국감증인 채택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 오후부터 국감을 보이콧해왔다. 민주당은 국감 파행의 근본적인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고 맞섰다. 문방위 국감은 이날 하루 내내 공전됐고, 여야는 추후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와 가계부채, 저축은행사태 등 현안이 첩첩산중이 정무위는 대선후보 검증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의혹을 펼쳤고 민주당에서 탈당해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한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전날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행안위에서는 대선표 시간 연장을 두고 민주당이 국민의 참정권 향상을 위한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입장으로 맞섰다. 이날 국감은 여야간 상대 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대리전 양상으로 오후 3시가 돼서야 질의가 시작됐다. 민주당이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란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자 새누리당은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거론하며 맞대응했다. 민주당은 현영희 전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헌금과 관련된 선관위의 자료제출 거부도 비판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17일 10월 15일까지의 국정감사를 모니터링 한 결과, 중간성적을 D학점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긍정적인 면으로는 ▲극단적 정쟁국감이 사라졌고 ▲대선후보 공약현안에 대한 여야가 정립된 입장표명이 이뤄졌고 ▲구미불산 누출사고, 노크귀순 등 현안에 대한 질타와 정책국감 경향 등을 꼽았다. 반면 실망스러운 점으로는 ▲처음부터 국정감사법을 위반해 통합 운영됐고 ▲교과위가 18대 이어 19대도 파행을 이어갔고 ▲증인채택, 증인불출석 문제로 원활한 국정감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자리비우기, 중복질의 등 고질적인 폐해가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단은 국감추태로 ▲야당의 국감보이콧 ▲잘못된 자료인용 ▲감사장서 심하게 졸기 ▲감사장에서의 과도한 이석(자리비우기) ▲국감질의중 끼어들기 등을 선정했다. 또한 잘하고 있는 상임위는 지경위, 농식품위 등 2개만 꼽은 반면 분발해야 할 상임위로는 행안위와 문방위, 기재위, 교과위 등을 선정했다.
모니턴단은 "남은 국정감사기간 정책현안과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행한 시정조치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내년 나라살림살이를 칼날처럼 점검해 국민들이 크게 안도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365일 국감 때만 같아라'라며 희망을 느끼게 할 만큼 제19대 국회 국민의 대표다운 감사위원으로, 국정감사다운 국정감사로 자리매김ㆍ정착되기를 거듭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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