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명시한 조례의 절차상 미비점 등을 손질하면서 휴일 영업제한에 들어간 대형마트가 늘었다고 한다. 의무휴업일인 어제 전국 375개 대형마트 가운데 11.2%에 해당하는 42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달 5%가량이었던 데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여러 지자체가 조례 재시행을 앞두고 있어 2ㆍ4주 일요일 휴업하는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의무휴업일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와 서울시 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코스트코는 지난달 9일, 23일에 이어 어제도 영업을 강행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 6월 의무휴일 조례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코스트코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가처분 결정의 이득을 보겠다고 배짱 영업에 나선 코스트코의 행태는 한국의 국내법을 무시한 오만한 처사다. 더욱이 많은 곳에서 조례 재개정으로 의무휴업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영업을 강행한 것은 자기 이익만 취하겠다는 부도덕한 처사다. 의무휴업일을 지키는 게 온당하다. 법을 떠나서 자발적 상생 노력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코스트코는 국내에서 연간 2조원의 매출에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형 유통업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행정력을 총 동원하는 강공으로 맞섰다. 지난 10일에 이어 어제 두 번째로 코스트코 3개 점포에 대규모 단속반을 투입해 식품, 위생 등 7개 분야를 점검했다. 법을 어기면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집중 단속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서울시의 대응은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휴업을 강제하지 못하니까 궁여지책으로 '표적 점검'에 나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집중 단속은 미봉에 불과하다.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법에 따라 제대로 조처해야 한다. 당장은 자치구별로 새 조례를 만드는 것이 급하다. 적은 과태료가 문제라면 대폭 올리거나 영업정지 같이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상위법을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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