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하얀 한송(寒松)의 밤/물결 잔잔한 경포(鏡浦)의 가을/슬프게 울며 왔다가 가는 건/약속이 있었기 때문인가 모래밭 갈매기 하나(月白寒松夜/波安鏡浦秋/哀鳴來又去 有信一沙鷗)
■장연우는 고려 현종 때에 호부상서를 지낸 분이다. 중국에 사진으로 갔을 때 강남에서 어떤 사람이 거문고를 들고 왔다. 그 밑바닥에는 신라 향찰(鄕札)로 쓰인 저 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뜻을 알지 못했던 중국인은 장연우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위의 시는 그때 한시로 번역해 읊어준 것이라 한다. 달은 밝을수록 하얗고 어두울수록 노랗다. 달이 밝으면 소나무는 더욱 창백하게 느껴진다. '한송정의 찬 소나무(寒松)'란 의미를 살려낸 구절이다. 달빛이 밝으니 물결이 아른거렸을 것이다. 파도가 잠들어야 거울같은 포구(鏡浦)에 걸맞다. 한송과 경포의 원래 뜻을 새기며 풍경을 읊은 뒤, 밝고 고요한 그 사이로 새 한 마리를 띄운다. 이것이 묘미이다. 밤을 밝히고 물결이 숨을 죽인 까닭은, 이 움직이는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울면서 왔다가 끼룩끼룩 울면서 간다. 왜 저렇게 슬프게 우는 것일까.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여 약속 장소에 왔었는데 그가 없으니 울며 돌아가는 것이다. 어찌 갈매기 이야기이겠는가. 자신이 지금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스스로의 슬픔을 저 새의 날갯짓과 울음에 적재하여 실어보내고 있는 시다. 신라의 어떤 여인의 울음이 갈매기 울음으로 화한 것일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