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7)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인 웨이징성(魏京生)은 11일 모옌의 문학상 수상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이 중국 당국을 기쁘게 하려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에 망명중인 웨이징성은 이날 "모옌의 작가적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행동에는 의문점이 많다"며 "한림원이 모옌을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그가 다른 작가들에 비해 체제 순응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때 학생지도자였던 차이링(柴玲)은 이날 성명에서 "모옌의 수상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역시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링은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의 잔혹상을 비판한 소설 '개구리'를 쓴 모옌의 수상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들이 환영을 표시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모옌의 비판 정신이 다른 작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모옌의 최신작인 소설 '개구리'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으로 지난 6월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개구리'는 산아제한정책의 실무자로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고모를 소설의 주인공인 산부인과 의사 완신의 모델로 삼았다. 그녀는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50년 넘게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수많은 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했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모옌은 '산아제한 정책'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폭력적 인구 정책이 몰고 온 여러 가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인물간의 갈등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은 출간된 이후 중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접한 모옌은 "중국에는 좋은 작가가 많고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작가도 많다"며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산둥 성 가오미 현 둥베이 향 출신인 모옌은 1955년생으로 소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하고 귀향해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6년 발표한 중편소설' 붉은 수수'를 바탕으로 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이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 나가 '홍까오량 가족', '퐁유비둔', '사십일포', '인생은 고달파' 등 10여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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