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한국을 찾아 정치권과 재계에 논란이 되고있는 경제민주화 논의에 공감를 표시하고 정치권과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인식전환을 촉구한다.
삭스 교수는 오는 18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 초청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의 강연을 한 뒤 대학생, 청년들과 대화를 갖는다. 남경필 의원은 "삭스 교수는 저개발국가의 빈곤퇴치와 미국 월가점령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로서 글로벌 시각에서 국내 경제민주화 논의와 실천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최근 신작 '문명의 대가'에서 미국판 경제민주화를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이 당면한 위기는 경제만이 아닌 사회 전반의 붕괴를 반영하며 그 배경에는 뿌리 깊은 도덕적 위기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위기의 근저에는 포괄적인 균열이 있다고 보고 ▲경기부양적 지출및 감세의 근시안적 대응▲거대기업의 로비와 정치의 기업대변▲미디어의 과도한 소비자극 등을 지적하고 "이 위기의 중심에서 개인과 사회의 각성, 즉 '깨어 있는 사회'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의 이 주장은 여야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의 추진배경과 방향과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완화 또는 해소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민경제가 상생하자는 취지로 양당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대선공약으로도 채택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이 재벌과 총수의 오남용, 불공정행위 방지에 중점을 둔 반면 민주당은 재벌의 지배구조개선과 슈퍼증세 등 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이에 대해 과도한 경제민주화 추진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삭스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전 국민의 만족스러운 삶이며 이는 바로 그 양도할 수 없는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해 건국된 나라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행복을 증진시킬 수많은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행복도를 측정함으로써 하나의 국가로서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기회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과 GNP(국민총생산)에 고착돼 더 중요한 지표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명의 대가(代價)'를 받아들이고 이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면서 "특히 1970년대 이후로 엄청난 혜택을 누려온 최상위 약 1% 계층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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