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적용하면 이익귀속 주체는 李대통령 일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내곡동 사저부지를 사들이며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이득을 취한 의혹과 관련 검찰은 특검이 수사하더라도 새로운 혐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8일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50)은 기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더 수사할 게 없는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객관적 상황으로 봐도 불균형이 맞지만 미래의 상승분도 개발이 이뤄진다고 하면 현재가치에 차이가 생기는 만큼 차익 부분에 대해 배임죄의 성립을 다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지검장은 그러나 “땅값 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없어 형식적으로는 배임의 여지가 있다”며 “김씨를 기소할 경우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주체는 대통령 일가”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등은 지난해 5월 사저부지 및 경호부지 명목으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9필지 788평을 54억원에 사들였다. 청와대 경호처 대통령실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해당 부지를 공동명의로 사들이며 각각 42억 8000만원과 11억 2000만원을 부담했다. 당초 지분비율대로라면 3필지를 소유한 시형씨가 18억원을 부담했어야 함에도 대통령실이 이를 떠안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지분 비율과 달리 시형씨 몫까지 대통령실이 국고로 부담해 국가에 수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 7명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6월 부동산실명제 위반 주장을 포함 관련 의혹에 대해 관련자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실제 부지매입 과정을 주도한 김모씨와 결과적으로 이익을 누리게 된 대통령 일가를 연결지어 배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매도인 측이 양도소득세 문제로 특정필지에 대해 금액을 따로 요구하자, 필지에 따른 비율 대신 사저부지와 경호부지 명목으로 각 140평, 648평을 나눈 지분 비율에 따라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부담할 몫을 정했다. 김씨는 과거 사저부지 매입 결과 사저동 몫의 공시지가가 크게 뛰어오른 점 등을 감안해 현물 시가와 달리 가격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부지 매입 업무를 담당했던 경호처 직원이다. 청와대는 이미 퇴직한 김씨를 사저부지 매입 업무를 위해 특채(전문계약직 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내곡동 특검법)’에 따라 이광범 변호사(53·연수원13기)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이광범 특검은 수사본부 구성 등을 거쳐 배임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해 나갈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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