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정부가 8일 불화수소산(불산)가스 사고지역인 경북 구미시 봉산리 인근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사고가 발생하고 약 2주만이다. 아직 피해상황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늑장대응에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결정=정부는 8일 오전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구미시 불산 누출사고 관련 제2차 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고 불산 누출 사고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총리실 등 11개 관계기관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이 날 브리핑에서 육동한 국무차관은 "통상 자연재해의 경우 90억원이 넘으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며 "이번 사고는 인적재난이라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피해액이 9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자체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해 특별재난지역 선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농작물과 축산, 산림, 주민건강 등 분야별로 피해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실시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지원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은 곧 지자체와 함께 2차 추가조사에 들어간다. 오염상황 모니터링과 주민들 건강역학조사는 환경부장관을 본부장으로 구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맡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재구성됐다.
지금까지 자연재해가 아닌 인적재난이면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던 대표적 사례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2007년 충남 태안 원유유출사고 등이다.
◆"누출사고 터진 게 언젠데..."=정부 합동조사단이 구미 현지를 찾은 것은 사고 발생 후 9일이 지나서였다. 정부는 애초 사고 발생일인 지난달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가 이튿날 상황종료 선언과 함께 해체했다. 28일 오전에는 주민 복귀조치까지 내렸다. 그러나 식물이 말라죽고 가축이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현지 소식이 언론과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어지자 그제서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다시 가동시켰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구미 사고를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다"며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묻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기·수질·토양·지하수 등 현장 오염상황을 본격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한 것은 7일부터다. 역시 사고 발생시점과 한참 차이가 난다. 제대로 된 오염상황 모니터링 결과는 현재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염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사고 직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특수분석차량을 보내 조사한 것과 대구환경청 자체조사결과가 전부다.
불산가스 누출 이후 약 8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던 국립환경과학원의 특수분석차량은 28일 오전 10시 사고지역 불산 농도가 1ppm으로 기준치 이하라며 철수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고지점을 비롯해 1.3km 떨어진 지점 등 4곳에서 간이측정만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져 부실조사 논란을 샀다.
대구환경청에서는 한천과 낙동강 4개 지점에서 수돗물 기준(1.5mg/L)이하의 불소가 검출됐다며 안정화 단계라고 주장했으나 환경단체에서는 오염상황이 더 심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불산에 의한 피해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면적이나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어디까지 오염됐는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주민건강역학조사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환경부 관계자는 "7일부터 역학조사에 들어갔다"며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시는 7일까지 병원진료를 받은 인원을 2563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5명은 피부 발진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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