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맥주 수입 22.5만t…2016년 이후 최저
주종 다양화 속 수년째 지지부진한 흐름
'노재팬' 넘어선 日맥주 제2의 전성기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은 갈수록 다양해진 주종(酒種)의 물결 속에서 지지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수입 맥주시장의 경우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일본 맥주만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한 국내 제조사들은 올해도 기존 제품의 재단장과 논알코올 제품의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와인·위스키의 습격…국내 맥주수입 6년 연속 감소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수입량은 22만5282t으로 1년 전(23만8696t)보다 5.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38만7981t에 달했던 우리나라 맥주 수입량은 이후 매년 규모가 축소되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2016년(22만508t)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수입량이 줄어들면서 수입액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수입액은 2억527만달러(약 2950억원)로 전년(2억1822만달러) 대비 5.9% 감소했다. 수입량과 마찬가지로 수입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2018년 3억968만달러(약 4450억원)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입 맥주 시장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산한 주종의 다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맥주는 수입 주류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탄탄한 수요를 토대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다양한 주종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며 맥주의 인기도 함께 희석됐다.
실제로 맥주는 수입액 측면에서 와인은 물론 위스키에도 밀리며 간판 수입 주류라는 타이틀을 상실하게 됐고, 특히 최근에는 하이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이자 직접적인 대체재가 확산하며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일본 맥주 '나홀로' 방긋…수입량 25% 급증
수입 맥주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시장에서 유일하게 웃은 나라는 일본이었다.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량은 8만4060t으로 전년 대비 25.7% 늘었다. 수입액도 6745만달러(약 970억원)로 21.5% 증가했다. 일본 맥주는 수입량(8만6676t)과 수입액(7830만달러) 모두 2018년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며 2020년 수입액이 567만달러(약 80억원)까지 줄어들며 고꾸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노재팬' 분위기가 잠잠해지며 수입과 판매 모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지난해 사실상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부활을 주도한 업체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으로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을 히트시키며 2023년 매출액을 직전 해(322억원)보다 330.4% 증가한 1386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20억원을 기록해 전년(35억원) 대비 12배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수입 규모를 늘리고, '아사히 쇼쿠사이' 등 신제품 출시를 이어가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온 만큼 2023년을 뛰어넘는 실적이 예상된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생산부터 빠른 시일 내 소비가 가능하고, 일본 여행에서 이미 고품질의 일본맥주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있다는 점 등이 일본맥주가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맥주 외에도 기호의 다양화로 인해 수입 맥주 시장이 향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는 상품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는 만큼 고가치·고품질의 상품에 대한 소비는 현재의 수준을 이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상품의 가치와 품질을 높여가는 활동을 통해 소비의 다양화, 저알콜화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맥주 종주국 수입은 급감…미국 35% 증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수입 규모가 축소됐다. '하이네켄'의 원산지인 네덜란드는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수입액은 2823만달러로 3년 전보다 35.0% 축소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미국은 지난해 수입액이 2289만달러로 전년 대비 35.1% 증가하며 중국을 넘어 3위로 올라섰다. 이밖에 중국(1811만달러)과 폴란드(1160만달러), 아일랜드(1158달러), 체코(1135만달러), 독일(1010만달러), 베트남(618달러), 벨기에(289만달러)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맥주의 수입량이 최근 3년 새 20배가량 늘어나며 성장세가 눈길을 끈 가운데 같은 기간 맥주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벨기에 등의 맥주 수입은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벨기에 맥주는 2762만달러(약 400억원)였던 2021년 수입액이 지난해 289만달러(약 41억원)로 3년 만에 수입액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며 10위권에 턱걸이했다.
국산 맥주 '신제품' 효과 기대
한편, 국내 맥주 업체들도 지난해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별다른 반등을 이뤄내진 못한 모습이다. 주요 맥주 3사의 지난해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테라', '켈리' 등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맥주 사업 매출액은 6404억원으로 전년 동기(6263억원)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와 '크러시'를 보유한 롯데칠성음료도 708억원어치를 팔아 전년 동기(628억원)대비 12.7% 늘어난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은 주요 3사가 기존 인기 제품의 포트폴리오 확장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각 제조사는 제품 리뉴얼과 논알코올 버전 출시, 주력 브랜드 투트랙 전략 등 점유율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 생맥주를 선보이고, '카스 라이트'를 리뉴얼하며 라인업을 강화했고, 하이트진로도 지난여름 '테라 라이트'를 새로 내놨다. 롯데칠성 역시 연초 클라우드의 대대적인 리뉴얼과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함께 진행하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작년 크게 성장한 논알코올 카테고리는 국내에서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만큼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주요 트렌드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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