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협동조합이란 개념은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이미 유럽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협동조합은 경제적 생존과 사회적 책임 모두가 가능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려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가치있는 기업 모델이다. 또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선키스트, 축구클럽 바로셀로나, 제스프리 등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특히 경쟁과 대립을 넘어 지역내에서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이기적 자본주의의 대안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시에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자미니 교수는 "이탈리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이 피해가 적은데, 이는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라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체를 철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협동조합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조직이므로 지역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게 된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도 오는 12월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이에따라 5명만 있으면 금융, 신용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엄청난 지역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협동조합을 상상해보자. 아파트 거주 어르신들이 모여 택배 협동조합을 만들어 택배사업을 하거나, 어머니들이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주민들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파트까지 들어오는 마을버스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우선 지역내 치킨집 가게 주인들이 모여 구매전담 협동조합을 구성한다. 그리고 협동조합 명의로 지역 도계장에서 신선한 닭을 조달하고, 가까운 농협이나 농촌 등에서 소스 재료를 공급받으면 공동구매, 즉 협동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요즘 여러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에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상인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구성해 기업협슈퍼마켓(SSM) 등에 대응하고 세무 및 법률 문제, 공동브랜드 등에서 공동의 힘을 발휘한다면 시장의 번영을 도모할 수도 있다.
즉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그동안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성북구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역사회 발전과 상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지난 7월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하고 여기에 전담조직으로 협동조합지원팀을 구성, 추진역량을 결집시킬 방침이다. 또 지역내 4개 생활협동조합(서울북부두레생협, 에코생협, 국민대생협, 한살림서울생협 북동지부)이 연대해 성북구 생활협동조합연합회를 구성하고 마을학교와 심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매개로 보육ㆍ교육ㆍ청소ㆍ문화 등 다양한 서비스분야의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그 시범사업을 발굴, 협동조합을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민관이 서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도 갖췄다. 아울러 협동조합 육성을 2013년도 전략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이를 '호혜ㆍ평등의 사회적경제 구축'으로 명명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고도성장사회에서 중요시된 무한경쟁 중심의 축에서 이제는 동반성장 사회로, 즉 '함께'와 '더불어' 사는 삶으로 전환되는 성북구, 나아가 이런 상생과 발전이 함께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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