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논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장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소득이 많지 않는 사람들이 부자에 대한 증세를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곤 한다. 가진 재산이 없는데도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한다. 부자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도로를 건설하고 국토방위에 쓰는데도 말이다.
정부도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가 이명박(MB)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높지 않다는 논리로 대응한다. 하지만 부자에 대해 100조원 상당의 감세를 하고도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감세를 하지 않은 이전 정부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더 낮았다는 말을 덧붙여야 한다.
세금 관점에서 보면 18대 대통령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유력 주자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MB정부의 감세정책에 적극적인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세 후보 모두 세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어도 이를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본다. 유럽이나 미국 선거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세금이 핵심 선거 쟁점 중 하나였다.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선 사회당 올랑드 후보가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를 7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 증세한 뒤 이를 재원으로 청년층의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어떤 재원'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논리성이 유권자에게 먹힌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유권자도 지연이나 학연 심지어 종교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구습에서 벗어나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의 논리성을 선택 기준으로 삼을 때가 됐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때 어떤 재원으로 하겠다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후보의 세금에 대한 견해에 그치지 않고 누가 어떤 세금을 얼마나 부담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 유권자는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집단이다. 북한의 위협이나 일본의 독도 침탈, 중국의 이어도 야욕에 후보들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일본의 위협에 말로만 대응해서 안 된다는 점은 과거 임진왜란 등의 역사가 보여준다. 이지스함, 잠수함, 최신형 전투기 등을 어떤 재원으로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있어야 한다. 세금은 덜 걷고 국방은 철통같이 하겠다는 것은 말뿐인 공언(空言)에 불과하다.
20~30대 유권자는 취업이라는 높은 장벽과 고착화된 양극화 때문에 사회생활의 출발점 자체가 한참 늦어지고 있는 세대다.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받기 원하는 후보라면 소득세를 어떻게 개편해 상위 1%와 나머지 99%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40~50대 유권자는 노후생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당장은 자녀 과외비와 대학등록금이 부담스러운 세대다.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는 후보는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되 부족한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제도 개편을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복지만을 내세웠지 감세정책을 유지하고 탈세가 횡행한 그리스의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국가의 장래가 보장된다. 내 세금을 깎아주는 후보를 찍고 싶더라도 이를 포기하고, 계몽사상가 루소가 강조한 국민 전체 공공의 선(common good)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후보를 찾아 투표하는 '일반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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