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신라호텔이 초가을에 여름 시즌 메뉴인 빙수를 다시 내놓았다. '10월, 빙수의 계절은 갔다'는 통념을 깨고, 지난 여름 히트를 친 애플망고 빙수 판매를 재개하기로 한 것. 고객들의 재판매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신라호텔만의 시그니처 아이템(대표상품)으로 더욱 공고히 하려는 마케팅 전략에서다.
2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선보였던 애플망고 빙수는 올 매출이 전년 대비 500% 껑충 뛰었다. 여름 한정 상품이기 때문에 지난달 16일 판매를 종료했지만 이후 고객 요청이 쇄도함에 따라 29일부터 2주간 재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특1급 호텔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비싼 3만2000원이다. 세금·부가세 포함 시 3만8720원으로 빙수 한 그릇에 4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웬만한 4인분 점심값 수준이지만 쌀쌀한 초가을에 앙코르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은 '입소문' 덕분이다.
'비싼만큼 제값을 한다' '이름값 한다'는 식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입소문은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퍼져나가 빙수 고객의 20% 정도가 일본인이다. 지난해에 왔던 한 일본인 고객은 신라호텔 홈페이지에 신라호텔 빙수 때문에 지인들과 한국에 오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자기들 입맛에 맞으면 입소문을 잘 내준다”며 “이러한 맛의 비결은 차별화된 재료에 있다”고 말했다.
애플망고 빙수의 재료가 되는 제주산 애플망고는 백화점에서 개당 1만2000~2만원대에 판매된다. 신라호텔 빙수에는 애플망고 1개 반이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에 망고 값만 해도 2만~2만5000원이다.
팥은 중국산 대신 국내산 팥을 매일 직접 쑨다. 이렇게 만든 빙수를 팔아서 남는 이익은 1000~2000원 수준으로, 한때 애플망고와 팥 가격이 급등했을 때에는 이윤이 100원 단위로까지 떨어졌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신라호텔은 오히려 '국내 최고 호텔'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본국에 돌아가서 '신라호텔은 디저트메뉴로 망고 빙수가 유명하다'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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