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 한 대학교 A교수의 이야기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다. 학생들의 제보가 기사화된 것이었다.
툭 하면 휴강하고 자리를 비우는데 그 때 어디에서 뭘 하나 보니 주로 방송에 나가서 정치평론을 하거나 정치인들이 마련한 회합에 참여하더라는 제보였다.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A교수의 부실한 연구실적도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 논란이었다. A교수는 '이번 시즌'에도 각종 TVㆍ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활약중이다.
최근 몇몇 정치학 교수를 사석에서 만난 일이 있다. 비교정치학자로 학계와 정치권에서 두루 유명한 B교수는 "그런데 ○○○캠프에서 한 번도 연락 못 받아본 사람 있나?"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은 오늘부로 학회에서 빠져. 루저(loser)야 루저." B교수가 던진 농담이다.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실제로는 어느 대선후보 측에 올 초부터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다.
C교수는 "대선 캠프로 간 선배 교수를 만나서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교수님'이라고 했더니 '내가 아직 교수로 보여? 언제까지 교수 하라고' 그러시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날 만난 교수 중 한 명이 모 대선후보 자문역으로 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 정치학ㆍ경제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런 범주에 들지 않는 교수가 많지는 않을 듯하다.
이상돈ㆍ박효종ㆍ변추석ㆍ문용린ㆍ박명성ㆍ옥동석ㆍ문정인ㆍ이정우ㆍ김기정ㆍ고유환ㆍ장하성ㆍ김호기ㆍ홍종호 교수….
이들처럼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후보 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교수가 5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지간한 대학 한 개 정도는 거뜬히 만들 정도다. 이들의 제자를 합치면 몇이나 될까? 대부분 취업난에 좌불안석일 것이다.
정치의 계절만 되면 요동치는 학심(學心). 미국정치 전문가인 한 교수는 얼마 전 국회에서 기자를 만나 "정치권에서 이론적인 부분이 감당이 안 되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교수들은 권력에 솔깃하는 형국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