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외교협회(CFR)에서 한국의 '안철수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 분석이 나왔다. 이들 한국 전문가는 안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 및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먼저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이사장은 CFR 보고서에서 비슷한 시점에 실시되는 한국과 미국의 대선 판세 분석 및 전망을 내놨다.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협력과 이해 증진에 힘쓰고 있는 플레이크 이사장은 이번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달리 안 후보의 출마로 '진보 대 보수'라는 정치 지형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한국 대선과 비슷한 양상이 1992년 미국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민주ㆍ공화 양당 정치 질서에서 벗어나 돌풍을 일으킨 시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 후보가 부각된 데는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플레이크 이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안 후보의 정책과 관련해 경제정책에서는 진보적이지만 대외정책에서는 얼핏 볼 때 보수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안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가 민주통합당에 큰 고민거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통합당이 안 후보에 대한 지지로 대선에서 승리해도 매우 복잡한 정치환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이번 한국 대선에서 주된 특징으로 과거에 비해 보수ㆍ진보 진영의 차이가 줄었다는 점을 꼽았다. 대북 정책 및 기타 사회 이슈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에 갈등 폭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도층을 누가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대선 향방이 좌우되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박근혜 후보의 경우 복지와 경제 정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민주통합당의 경우 통합진보당과 정책연대가 깨지면서 대북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세 후보 모두 대북 문제에서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어 대선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 경제ㆍ인도적 지원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문제에 정통한 CFR의 스콧 스나이더 수석연구원도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만이 박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안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시 한국의 정치문화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전국 단위인 대선에서 이기려면 정당조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가 기성 정당에 들어갈 경우 변혁의 상징보다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며 안 후보는 기성 정당에 들어가기보다 다른 정치인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조직에서 자기를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당규에 따라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만큼 무소속 출마한 안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10월 서울 시장 선거 당시 당의 시장 후보 대신 박원순이라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외부 후보를 내세울 경우 당의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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