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리뷰 홍성일 기자]
# 경기도 용인에 사는 k씨는 며칠 전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잔금도 다 치르고 이사도 벌써 했지만 정작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집 주인이 등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 주인은 건설업체들과 합의를 통해 잔금 90%만 치르고 나머지 10%는 취득세 감면 시행 이후에 치른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등기를 미루고 있는 것. 취득세 감면이 시행이 될지, 무산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의도다.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취득세 50% 감면의 국회통과가 또다시 무산되면서 세입자와 건설사 등의 피해가 속출한다.
2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9.10대책에서 올 연말까지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집 주인이 등기를 미루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사는 왔지만 집주인이 등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자녀들의 학교 배정도 받지 못한다. 종전에 살던 집은 새로 이사 온 사람과 전입신고가 이중으로 처리돼 향후 전입신고 불법 등의 문제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일반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계약서를 쓰고 잔금날짜까지 맞췄지만, 취득세 감면 혜택 발표가 나오면서 계약서를 취득세 감면이 시행되면 다시 쓸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많아졌다.
건설업체들의 피해도 크다. 잔금 만기 날짜는 이미 지났지만 입주자들이 잔금 지불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잔금 연체 이자를 물더라도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기다려보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잔금 회수가 되지 않아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입주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입주민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당초 정부가 취득세 감면 혜택 기간을 올 연말로 잡으면서 내년 초에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주 및 잔금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정부가 취득세 감면 혜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장에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줄다리기 싸움에 서민들의 고충이 늘어나고 있는 것.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취득세 감면 혜택은 투자에 있어 실질적인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혜택이기 때문에 많은 수요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정책이다”면서 “취득세 감면 혜택이 무산이 될 경우 시장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더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부제시안대로 4%를 2%로 인하할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통합당은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4%에서 3%로 1%포인트만 감면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취득세 감면 시행이 불발 됐다.
이코노믹 리뷰 홍성일 기자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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