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2년 만에 다시 세계 환율전쟁이 시작되는 걸까. 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중앙은행(BOJ)까지 돈 살포(양적완화)에 나서자 우리 정부도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다. 원화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들어와 금융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 부양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눈덩이 적자때문에 재정 지출을 늘릴 수도,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인 금리를 내릴 수도 없어서다.
이달 6일 유럽은 빚잔치 중인 남유럽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선언했고, 13일에는 미국이 고용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매월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을 사들이기로 했다.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도 이 대열에 섰다. 일본은 19일 자산 매입을 위한 특별기금 규모를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환율전쟁이 한창이던 2010년과 비슷한 그림이다.
선진국의 경쟁적인 돈 살포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주진 않았지만 대외 변수가 많아 상황을 낙관하긴 일러 보인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당 원화의 종가는 전일보다 8.3원 오른 1123.1원이었다. 일본의 양적완화 계획이 발표된 전일 연중 최저치(종가기준 1115.5원)를 기록했다가 하루만에 반등했다. 이날 엔ㆍ달러 환율도 0.42엔 떨어진 78.39엔으로 발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1일 달러 당 원화 가격은 소폭 떨어졌다. 오전 10시 26분 현재 달러 당 원화는 전일대비 3.6원(0.32%) 떨어진 1119.5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선 아직 '환율전쟁'이라 표현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가면 당국이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잇따라 돈 살포에 나서 원화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강등 바람이 거센 요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그랜드 슬램을 이룬데다 기준금리를 동결해 금리차를 노린유동성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당국은 "2010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말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요사이 선진국들의 돈 살포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미국의 첫 양적완화 당시처럼 파급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정부는 특정 환율 수준을 겨냥해 방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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