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직적으로 위장전입을 주도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인구 수를 기준으로 한 지방교부세를 더 받기 위해, 행정조직 축소와 선거구 통폐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동의하면 이전 지원금을 주겠다며 주민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패신고를 받고 조사한 4개 군에서만 적발된 위장전입자가 4000여명이다. 사건의 배경과 수법을 보면 발각된 네 곳만의 문제일 리 없다. 국민권익위도 인정하듯 전국적 현상일 것이다.
지자체가 국민 정보를 훔쳐 세금을 빼돌린 불법행위다. 지방교부세만 타 먹고 원 주소지로 복귀시킴으로써 전입기간이 한 달이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수법이 떴다방 내지 기획부동산 업체를 뺨친다. 충북 괴산군은 '내고장 주민등록 갖기 운동'을 펼치며 관공서, 마을 이장 집, 절, 식당 등으로 주소지를 옮겨줬다. 강원도 양구군은 관내 군 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을 꾀었다. 전북 진안군 공무원은 직접 위장전입 신고서를 작성해 전국 각지 11명을 자기 집으로 옮겼다. 경남 하동군은 위장전입 사실을 신고한 이에게 눈 감아달라며 식사 접대와 금품을 제공했다.
지자체의 위장전입 장사는 단순히 주민등록법 위반에 그치지 않는다. 주소지가 어디로 돼 있느냐는 농지취득, 주택 입주자 선정, 토지보상, 병역, 농어촌특별전형 등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다. 위장전입자가 혜택을 보는 이면에는 그로 인해 권익을 침해당하는 수많은 제3자가 있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불법행위다. 이를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전 모의하고 선량한 일부 주민과 군인들까지 끌어들인 사실이 놀랍다. 인사 청문회에서 보듯 위장전입한 고위 공직자가 하도 많아 만성이 된 것인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선 인구 늘리기 시책이 필요하다. 그래도 편법ㆍ불법을 동원하기 앞서 사람들이 이사 오고 싶도록 지역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급증하는 귀농ㆍ귀촌 인구가 안착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방법이다.
적발된 지자체에 대한 수사와 행정안전부 감사만으론 부족하다. 전국의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문제가 드러난 곳에 대해선 가담자 처벌과 함께 지급된 지방교부세를 환수해야 마땅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