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지난 5월 전망치 3.6%보다 1.1%포인트나 낮다.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 국내외 민간 경제연구소들 가운데 가장 낮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불황이 예상보다 심각해 수출이 둔화되고 투자와 내수도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DI가 내세운 성장률 전망 조정 사유는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불과 넉 달 사이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넘게 낮춘 이유로는 부족하다. 당연히 그전에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발표할 때 하루 전날 현오석 원장 지시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성장률 상승효과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내부고발이 신빙성을 더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과 올 5월 국책ㆍ민간 연구기관을 통틀어 가장 높게 전망했다가 어제 가장 낮은 수치로 수정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고갔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신뢰도에 금이 가게 생겼다.
그 사이 상황 변화와 앞으로 경기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조정 폭이 너무 크고 무책임하다. 성장률 1%포인트에 좌우되는 일자리는 약 7만개. KDI의 수정 전망대로라면 일자리가 당초 예상보다 8만개 정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가구소득은 0.5% 정도, 정부 세수도 2조원 정도 감소한다.
이처럼 중요한 성장률에 대한 KDI의 수정 전망마저 뒷북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미 지난 7ㆍ8월에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끌어내렸다.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도 성장률 전망은 각각 2.5%로 낮췄다.
KDI는 올해 41돌을 맞는 한국의 대표 싱크탱크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 정치논리에 휩쓸린 장밋빛 전망이나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보고서를 내서는 안 된다. 최고 브레인 집단이라는 명예에 스스로 먹칠하는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KDI는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고 연구원들이 대학ㆍ연구소로 가는 징검다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는 터다. KDI가 자긍심을 회복해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경제의 나침반이 되는 연구보고서를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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