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 고수하다 쓴잔..안팔려도 손해는 없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최근 유례없는 채권 강세 속에서도 미매각 회사채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부분 발행사가 지나치게 낮은 금리(높은 채권 값)를 고수하다 쓴잔을 들이킨 경우들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7조6377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공모 결과 수요가 몰려 발행액을 늘리는 즐거움을 누리는 곳도 있지만, 계획했던 물량 판매에 실패하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달 말 신세계는 5년물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AA+급 회사 중 최저금리를 기록했지만 수요예측에서는 400억원 미매각 물량이 나왔다. 신세계가 제시한 발행 희망금리가 낮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소리다.
이달 초 만도는 1년여 만에 야심차게 3년물 회사채 2000억원 발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희망했던 금리 범위 내로 입찰한 투자자는 한 곳도 없었다. 만도는 부득불 발행금리를 높여 400억원을 유효수요로 인정했지만 1600억원은 미매각으로 남았다.
목표했던 회사채 전량이 미매각된 곳도 있다. 지난달 말 현대제철은 5년물 3000억원을 발행했는데 참여한 투자자는 한 곳도 없었다. 신용등급 AA급도 미매각 악몽을 피할 수 없었다. 이달 초 연합자사관리(유암코, AA-)는 2년물 3000억원을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는 전무했다.
회사채 미매각은 발행사에 대한 신뢰도, 채권 만기, 채권 금리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최근 미매각은 대부분 발행사가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고수한 탓이라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채권 강세를 믿고 저금리를 고집하다보니 미매각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미매각 회사채는 대표증권사 등 인수단이 전량 인수한다. 증권사들은 후에 각자 재량껏 미매각 회사채 재판매에 나선다. 발행사는 미매각으로 대외 이미지가 깎이긴 했지만, 금전적인 손해는 없는 셈이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 금리가 낮아서, 혹은 경쟁사와의 자존심 대결 때문에 저금리를 고집하는 발행사들이 많다”며 “증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적정금리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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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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