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민주통합당 전국 13개 시·도 순회경선을 '싹쓸이'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공식 지명됐다. 이로써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3자 구도를 형성했다.
최대 변수는 대세론을 형성한 문 후보와 공식 출마선언을 앞둔 안 원장의 단일화다. 양자의 단일화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다만 방식에 따라 그 위력이 온대성 저기압이 될 수도, 초대형 태풍이 될 수도 있다. 단일화 방식을 결정지을 열쇠는 두 사람의 지지율 추이다.
야권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협상을 통한 순수한 양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함으로써 지지율이 폭등해 나경원 후보를 제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권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담판을 통해 한쪽이 양보하는 것이 정말 감동 있는 단일화의 모습이 될 것이고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비문(非文·비문재인) 주자의 격렬한 반발을 뚫고 선출된 문 후보가 양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문 후보가 13연승을 토대로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양자대결과 다자대결에서 안 원장을 추월할 경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안 원장이 개헌이나 선거제도 변화와 같은 주요 정책을 약속받고 '아름다운 양보'라는 퇴로를 만들 수 있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국민참여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이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승부의 추가 현재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 방식이 정치공학적인 데다 '대권'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여 구태정치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어 하나에도 결과가 변하는 여론조사의 특성상 조사 방식이나 문구, 조사업체 등을 놓고 치열하게 싸울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싸움은 문 후보나 안 원장의 정치쇄신 이미지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단일화 시기도 변수다. 현재 상황에서 안 원장이 등판하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단일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당적을 갖지 않은 '시민 후보'라는 타이틀로 중도층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안 원장이 '통 큰 양보'를 감행하지 않는 이상 단일화는 빨라도 11월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시각이다.
단일화 시기가 늦춰질수록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보수층의 집중적인 검증과 네거티브로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일찌감치 양보를 함으로써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국민적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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