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란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연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의 해상저유선박을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선적통계, 업계 소식통과 공무원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말레이시아 연안에 감추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업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국영 유조선 회사인 NITC 소속 유조선 란타나호는 지난 달에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세금피난처 라부안 근처의 조그마한 섬인 풀라우 쿠라만 해안에 있는 임대한 해상저유선 타이탄 루키라호에 옮겨 실었다고 전했다.
옮겨싣는 작업은 한 밤중에 이뤄졌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다른 이란 유조선 모션호가 같은 지역에서 약 200만 배럴의 연료유를 역시 임대한 타이탄 툴샤얀호에 선적했다.
두 유조선은 미국이 이란 원유수출을 돕는다고 블랙리스트에 올린 58척의 유조선 중의 두척이었다.
NITC측은 자사 유조선이 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유조선 ‘저스티스’호도 라부안으로 항해하다 중간에 항로를 바꿔 17일께 중국 대련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파이어니어’호는 이 달 초 라부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말레이시아 남서해에 정박중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란은 라부안 근처 작은 섬에 원유를 저장해놓고 아시아의 잠재 고객을 기다리는 데 헐값에는 팔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값을 후려치자 판매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배럴당 54달러를 제안했는데 이는 이란의 중질유중 가장 값싼 것의 절반 가격이다.
이란이 라부안과 주변 섬을 애용하는 것은 보르네오 해안에서 10km 남짓 떨어져 있는데다 그동안은 쓸모없는 배들을 정박시키는 데 쓰였기 때문에 원유를 섞거나 상표를 바꿔 팔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의 해상 저유 사업에 정통한 싱가포르의 소식통은 “라부안은 주인 없는 땅과 같아서 라부안에 주의를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계획을 잘 알고 있는 업계 소식통은 이란은 앞으로 몇 달동안 말레이시아 연안에 있는 이동식 저장소인 유조선에 더 많은 원유를 옮기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저유 선박을 빌려줄 선주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EU의 금수조치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을 위한 선박보험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 탓에 이란이 서방의 유조선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란은 고객이 줄어들자 원유 생산량을 지난해 하루 약 200만 배럴에서 지난달에는 하루 100만 배럴로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라부안 방식을 이용하면 원유를 이란에 저장하기보다는 자체 유조선을 이용해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선박업계 소식통은 지난 4월 이란 유조선의 절반 이상이 약 30억 달러어치, 33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채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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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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