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부유세 도입의 후폭풍에 따른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지난 5월 대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부유세법 시행을 앞두고 프랑스 재벌들이 잇따라 이민 길에 오르면서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연간 100만 유로(14억4228만원 상당)를 넘는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75%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에 “예외조항은 없다”면서도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2년 후에는 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타임대에 진행된 25분간에 걸친 텔레비전 인터뷰를 통해 전달됐다.
이는 폭락하는 지지율을 방어하고, 대선 핵심 공약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최근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 공약인 부유세 인상에 따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프랑스의 최대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회장이 벨기에 당국에 귀화를 신청한 것이 부유세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아르노 회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의 납세자로 남을 것”이라며 부유세 도입에 따른 도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LVMH 측도 아르노 회장의 벨기에 시민권 신청은 벨기에 사업 확장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최고 부자의 ‘탈(脫)프랑스’ 소식은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놨다. 브누아 하몽 사회연대경제장관은 아르노 회장이 비애국자라고 비판한 반면, 야당에선 잘못된 정책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중소기업 장관을 지낸 프레데릭 르페브르는 “정부의 선동적인 해결책이 나타난 뒤 울음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부자세율 인상은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 5월 대선을 승리로 이끈 주요한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고수익을 올리는 축구선수와 가수, 산업계 수장들이 줄줄이 프랑스를 떠나면서 프랑스 정부는 대책 마련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당장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랑스는 정부부채 비율이 유로존 기준이 3%에 맞추기 위해 330억 유로 상당의 재정 긴축을 해야한다. 올랑드 대통령이날 인터뷰에서 소득세 인상분의 3분의 1가량은 330억 유로의 정부의 재정 삭감 비용을 메꾸는데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 30%는 비즈니스 분야, 나머지 3분의 1은 삭감된 소비 부분을 채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종전에 밝힌 재정사감 비용 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의미하는 숫자라고 FT는 분석했다. 330억 유로가 재정 격차를 줄이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랑드 대통령은 정부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8% 낮췄다. 성장률이 낮으면 세금이 적게 걷히는 만큼 재정 격차 더 벌어진다는 의미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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