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부동산 임대 업체 퍼스트 얼라이드 코퍼레이션의 맬컴 글레이저 최고경영자(CEOㆍ84ㆍ사진)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미식축구 구단주 순위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그의 재산 규모는 36억달러(약 4조662억원)다. 하지만 그는 자기 기업이나 미식축구 구단주로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스포츠 구단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로 더 유명하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리투아니아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정의 7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보석 사업을 이어받아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렸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했지만 파산 직전까지 이른 석유개발업체 자파타 오프쇼어를 품에 안으며 본격적으로 세 불리기에 들어갔다.
이후 끊임없는 M&A로 일궈낸 글레이저의 기업 왕국은 현재 식음료에서부터 해양 자원, 방송, 헬스케어, 부동산, 금융, 증권, 석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그가 스포츠 세계에 첫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95년 프로미식축구(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1억92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다. 당시 인수 가격은 사상 최고였다. 그는 탬바베이 인수 직후 지방 정부에 홈구장을 새로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연고지 이전 운운하며 압박한 끝에 결국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이라는 2억달러짜리 홈구장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물론 홈구장 신축 부담금은 주민들 세금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레이저가 인수한 탬파베이는 승승장구했다. 탬파베이는 1997년 플레이오프에 오르고 1999년 NFL 챔피언십까지 진출했다. 2002년에는 슈퍼볼을 품에 안았다. 이후 글레이저의 관심은 온통 맨유로 향했다. 그는 2003~2005년 맨유 주식 75%를 인수해 구단주가 됐다.
이후 그는 맨유와 탬파베이의 팬들의 공적이 됐다. 맨유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구단 가치가 치솟았지만 정작 맨유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글레이저의 맨유 인수 자금 대부분이 구단 자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입장권 값을 올리고 대표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키자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최근에는 재정난으로 선수 영입 경쟁에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 밀리며 팬들의 분노가 더 끓고 있다.
탬파베이 팬들의 입장도 별로 다를 바 없다. 글레이저가 미식축구 대신 축구에 정신이 팔린 사이 탬파베이는 그렇고 그런 구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연봉이 적으니 스타 선수들은 잇따라 팀을 떠났다.
글레이저는 지난달 맨유를 미 증시에 상장시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모가는 14달러에 그쳐 예상 공모가 범위였던 주당 16~20달러를 밑돌았다. 10일 현재 주가는 12.49달러로 공모가에도 못 미친다.
글레이저에게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맨유 주식 310만주를 증시에서 매입한 것이다. 이는 맨유 전체 주식의 7.85%에 해당한다. 깐깐한 투자자 소로스가 맨유의 주요 주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글레이저의 독단적인 경영에 제동이 걸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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