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2002년 한국 대선전에서 나선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토론회 등에서 자주 사용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이 미국 대선전에서도 자주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대선도 경제 문제를 놓고 결투를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4일자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마바 민주당 대통령의 선거본부 부본장인 스테파니 커터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인들은 4년전보다 더 잘 산다고 주장한 이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세금문제와 관련해 “거짓말쟁이 아니면 중죄인”이라고 말해 명성을 떨친 스테파니 커터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 조지 부시대통령의 임기말 무렵인 2008년과 현재의 경제를 비교하면서 “어떤 잣대로든 미국인들은 4년 전보다 잘 산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오바마 당선 6개월전 우리는 35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고, 임금은 10년 동안 하락중이었으며,자동차 산업은 도산직전이었고, 금융산업은 당시 파산중이었다”면서 “어떤 잣대로든 미국은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이같은 직설화법은 백악관 수석 고문인 데이비드 엑셀로드와 선거본부장 데이비드 플루프가 일요일인 2일 “미국 경제가 제발로 다시 서기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한지 채 24시간도 안돼 나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공화당도 즉각 미국 사람들이 잘 산다고 느낄 하등의 이유가 없는 여러 가지 지표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공화당은 2300만명 이상이 실업자이고 평균소득이 줄고 저축이 감소했으며, 빈곤층이 증가하고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연료비가 비싸졌다고 열거했다.
특히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노스캘로라이나주 샬럿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은 음울한 지표를 도배하기 위해 애쓰며 수세에 서야 할 것이며, 악전고투하는 미국인들이 자기들의 문제를 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 바이든 부통령은 3일 디트로이트에서 유세중 “오늘날 미국은 그들이 떠난 시절에 비하면 잘 산다.간단히 요약하자면 오사마 빈라덴은 죽었고 제너럴 모터스는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다시 경제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톨레도 스콧 고등학교에서 자동차연합노조(he United Auto Workers union)의 3000명의 조합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2009년 85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했을 때 미국의 근로자를 확신한 반면, 롬니는 디트로이트가 파산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 목표는 자기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 근래 조직하고 움직인 근로계층과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목요일 밤 미래를 앞으로 난 좀 더 나은 길, 경제를 키우고,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중산층을 강화하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폴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오바마 취임후보다 지금 더 잘스냐는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라이언은 이날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2000여 명의 청중을 상대로 “그(오바마 대통령)는 여런분들이 잘 산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과 견줘보면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이 황금시절처럼 보인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실업률이 9.6%이며, 이는 미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4년 전보다 형편이 좋다는 점에서는 커터의 주장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일자리 증가속도에 대한 불만이 확산돼 있는 점을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다른 고위 자문관들과는 갈등을 빚기에 충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밤(미국 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할 기조연설에서 경기회복은 더디지만 잘 진행되고 있으며, 재선되면 앞으로 4년간 경제를 부양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납득시킬 계획이다.
그렇지만 공화당도 샬럿시 나스카 광장에서 맞불을 놓는 전당대회를 열고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라는 주장을 계속할 방침이다.
대공황이래 실업률이 8% 이상인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다음날 아침 실업률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은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라는 캠페인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8월 실업률이 7월의 8.3%와 같거나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는 약 12만~12만 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쳐 16만 3000개 증가한 7월에 비해 일자리 창출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72%의 유권자가 대통령의 경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11월 선거에서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선거본부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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