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 7월에 8.8% 감소한 데 이어 8월에도 6.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 1~8월 누적 수출 실적은 1.5% 줄었다. 8월에 주요 수출품목 중 자동차는 22%, 무선통신기기는 27%나 감소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감소함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연말에 3.7%로 잡았다가 지난 6월 말에 3.3%로 낮춘 바 있다. 실제 성장률은 이 수정치보다도 1%포인트 가까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추기가 민망한지 그대로 놔두고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만 4.3%에서 3% 초반으로 1%포인트 가까이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대체로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연률 1%포인트 가까이 감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과 성장의 추세적 위축이 이런 정도라면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바꿔야 할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해외 수출시장 여건의 변화와 무관하게 무리하게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환율을 유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보다는 국내 투자와 소비를 구조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 재정도 이런 방향으로 자극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성장-소득-소비-투자의 선순환이 국내에서 가동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책 전환은 선제적으로 해야지 차일피일하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침 정부가 오늘 오전에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6월 말 발표한 재정지출 8조5000억원 증액 조치를 보강하여 증액 규모를 1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에서 건의한 규제완화, 중소기업 금융애로 해소, 서비스산업 지원, 수출금융 확대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정책으로 위기 대응과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경제상황은 정치일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과가 없도록 일을 더 벌이지 말고 이쯤에서 임기를 잘 마무리하자는 경제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행여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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