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 할 때 돈을 절대 잃지 않는 사람이 누구일까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혹자는 쓰리쿠션의 최고수이자 세계챔피언을 지냈던 고(故) 이상천씨를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독거미'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포켓볼 세계챔피언 자넷 리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답은 이상천씨도 자넷 리도 아닌 당구장 주인이다. 이게 무슨 허무개그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사람들의 실력이 엇비슷해 돈이 계속 돌고 돈다면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판돈의 상당부분은 내기 당구를 치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시간당 게임당 게임비를 받는 당구장 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단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착각을 하게 된다. 자신은 운이 좋기 때문에 돈을딸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 섞인 희망을 하고,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판돈에서 계속 게임비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런 착각은 비단 내기당구에서만 벌어지지는 않는다. 복권, 경마, 경륜, 카지노 등 유사한 내기, 도박에서 반복해서 일어난다. 또 그 사업체를 만든 사람은 사람들의 착각 덕분에 합법적으로 수백~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린다.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수수료, 각종 기금, 세금 등으로 돈을 떼고 그 나머지 돈을 이른바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돈을 잃고, 마지막에 미소를 짓는 이는 속칭 합법적인 '하우스'뿐이다.
한 두 번 작은 금액의 복권에 당첨돼서 우쭐해할 때도 있지만 이런 류의 게임을 하면 할수록 게임참여자의 주머니는 비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이런 게임을 딴 돈, 잃은 돈을 합치면 제로가 되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판돈에서 게임비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실은 합계가 음수인 '마이너스 섬 게임'이 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난다. 온라인 거래인지, 오프라인 주문인지, 거래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소 수수료 차이가 나겠지만 한번 샀다 팔았다를 반복할 때 0.3%의 거래세를 포함해서 상당비율의 돈이 수수료로 빠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에서는 연간 이자의 수십 퍼센트가 한 두번의 거래로 날아가버릴 수 있는 셈이다. 본인이 정말 엄청난 트레이딩 고수라고 주장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주식 투자자라고 한다면 매매가 반복될수록 투자자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매가 잦아질수록 매매수수료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1년간 거래내역을 뽑아서 자신이 증권사에 낸 매매 수수료와 정부에 낸 거래세를 합산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금액은 생각보다 큰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던 사람은 1년간 매매수수료와 세금 합계가 거의 자신의 연초 원금에 육박하거나 그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고 기겁할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매매회수를 가능한 줄임으로써 증권사에 지불하는 게임비와 세금을 아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꾸준히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우량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우량한 기업에 장기간 투자한다면 가만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배당금으로 증권계좌잔고가 늘어나고, 이익잉여금이 늘어나면서 투자원금도 늘어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트레이딩을 통해 지속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비율만큼이나 낮은 비율이고, 무한히 게임이 지속될수록 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매매를 한번 할 때마다 게임비를 지불해야하고, 그 게임비는 다른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거액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복권은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궁극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은 정중히 사양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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