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우리은행이 그동안 논의만 무성하던 '세일앤드리스백(Sale & Lease Back)' 도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을 막으려는 선제적 대응이다.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을 이미 설치해 도입 방안을 마련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 실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세일앤드리스백은 주택담보대출 채무자가 소유한 주택을 은행이 매입하되 채무자에게 그 주택에 대한 임대거주권과 추후환매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연계 금융상품이자 부실채권 정리 수단이 되지만, 정부가 뒷받침한다면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채무자로서는 주택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는 대신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월세만 내면 자기 집이었던 주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다.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주택을 되살 권리가 주어지는 것도 채무자에게 유리한 점이다.
우리은행이 세일앤드리스백 도입을 선도하고 나선 데는 금융당국과의 교감이 뒷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은행권 공동의 부실대출 담보물 매입ㆍ관리 기구(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하지만 배드뱅크는 그 규모나 책임 문제 등에 비추어 임기 말에 접어든 정부가 추진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세일앤드리스백이 추진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일앤드리스백이 도입돼 원활하게 운영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채무자와 은행 사이에 이 제도를 통한 주택매매가 이루어지게 하려면 주택가격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고, 은행이 매입한 주택의 추가 가격하락 위험을 분산하거나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우리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의 뇌관이 돼 있다고 본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여야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 자율의 가계대출 채무조정 노력이 우선 시동돼 성과를 거둔다면 나쁠 게 없다. 정부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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